쿠릴 4개 섬 영유권 귀속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
“러, 對日영향력 유지하려 영토분쟁 이용” 관측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평화조약 체결에 관한 이견을 좁히고자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이번에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을 넘어서는 결론엔 이르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의 영유권 귀속 문제가 여전히 양국 간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일본으로부터 경제·외교적으로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상 타결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FP통신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전후 70년 넘게 남아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게 용이하진 않겠지만,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다각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오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재취임 이듬해인 지난 2013년부터 이번까지 푸틴 대통령과 모두 25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놓고는 작년 11월에야 ‘1956년 체결된 소일(蘇日)공동선언에 기초해 협상을 이어간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소일공동선언’이란 2차 대전 때 적국이었던 옛 소련과 일본이 당시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발표한 것으로 여기엔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쿠릴 4개 섬 가운데 2개 섬을 “평화조약 체결 뒤 일본에 인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러일 양국이 평화조약 조문 작성 작업을 시작한다’는 보다 진전된 합의를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소일공동선언에 기초한 협상 가속화’란 기존 합의사항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제임스 브라운 일본 템플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 분쟁(쿠릴 섬 영유권)을 이어가는 게 대일(對日)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안다”며 “협상 타결을 미루면서 일본이 미국 등 다른 서방국가들과 거리를 두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은 주요 7개국(G7)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제히 제재에 나섰을 당시 ‘가장 약한’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 작년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계 2중 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미수사건과 관련해 G7 국가들이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도 유일하게 일본만 빠졌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대러시아 투자 확대를 재차 요구하고 나선 상황.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2017년 기준 180억달러 규모였던 양국 간 교역액이 앞으로 연 3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되길 바란다며 경제협력의 “질적 변화”를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양국의 무역·경제관계가 발전되면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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