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23일(현지시간) 역대 최장기록을 또다시 경신하며 33일째를 맞았다.
공화당과 이날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대신 57억달러 장벽 예산을 책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민주당은 국경장벽 예산은 한푼도 반영 안 된 2월28일까지의 임시 예산안을 각각 상원과 하원에서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의 정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두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기는 제로(0)에 가깝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채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다. 전날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회동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셧다운에서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셧다운 사태가 지속된다면 미국 사회 내에서 일어날 법한 가설들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공화당 혹은 민주당의 내분이다.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이나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원이 소속 정당을 배신해 상대방 예산안의 표를 던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쪽 정당이 상·하원에서 자력으로 예산안을 의결할 수 있다.
CNN은 상원에서는 리사 머코스키(공화·알래스카) 의원과 수잔 콜린스(공화·메인) 의원 등 온건 성향 의원들이, 하원에서는 재선을 염려하는 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23명이 당 결정에서 벗어나 독자 행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상원에서 소수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60석 이상이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이 확보한 47석(무소속 2석 포함)으로는 무려 13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꾸로 하원에서 공화당 의석수는 199석으로, 과반인 218석에 한참 모자란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국방부 예산과 병력을 투입해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57억달러 규모 장벽 예산이 해결되기 때문에 셧다운 사태도 빠르게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해온 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더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달 초 “내게 쉬운 방법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이지만, 당장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로 잠잠하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을 포기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셧다운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대결구도로 번졌기 때문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기 싫어한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CNN이 전망한 셧다운 탈출 시점은 사회대란이 벌어진 이후다. 셧다운 여파로 교통보안국(TSA)이 기능을 멈추고, 이에 따라 교통·항공 대란이 전역에서 벌어져야 정치인이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논리다.
CNN은 “마이애미와 볼티모어 공항은 이미 일부 폐쇄사태를 겪었다”며 “정치인이 많이 사용하는 뉴욕이나 워싱턴 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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