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두교서 29일 의회발표 강행”… 펠로시, 퇴장명령 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3시 00분


백악관 “국민과 소통은 대통령 권한”
경호 사전연습 위한 회의 소집… 불발 땐 워싱턴 밖 집회도 계획
하원의장이 허가해야 연설 가능
상하원 합동회의 소집 안 하면 불 꺼진 본회의장 맞닥뜨릴 수도

셧다운 탓… 무료 급식에 줄 선 美공무원들 22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 입구에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급여를 타지 못하고 일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유명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 등이 참여한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은 이 식당 등에서 공무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셧다운 탓… 무료 급식에 줄 선 美공무원들 22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 입구에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급여를 타지 못하고 일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식사를 하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유명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 등이 참여한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은 이 식당 등에서 공무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기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달 29일로 예정된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보비 피드 백악관 대통령일정 담당 국장은 이날 하원 경호위원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연두교서 발표에 대비한 사전연습을 재개하기 위해 백악관 의전팀과 하원 경호팀 간 회의를 소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전연습은 16일 펠로시 의장이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로 인한 경호 부족을 이유로 “연두교서 발표를 연기하거나 의회에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제안한 직후 중단됐다.

백악관 고위 관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두교서 발표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계획으로 두 가지 안(案)의 연두교서 발표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에서 발표하거나, 워싱턴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 지지 집회를 열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한 백악관 관리는 “두 안의 내용이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권한과 영향력 또한 막강하기 때문. 특히 연두교서 발표 장소가 하원 본회의장이기에 반드시 하원의장의 협조가 필요하다.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본회의장 사용에 대한 결의안 표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표결에 부치더라도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하원 내 연두교서 발표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최종 허가를 받아야만 본회의장에 입장해 단상에 올라갈 수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더라도 펠로시 의장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면 컴컴하게 불 꺼진 텅 빈 본회의장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원 규칙에 따르면 대통령이 허락 없이 본회의장에 나타날 경우 하원의장은 대통령을 견책하거나 퇴장을 명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강행 움직임이 견책과 퇴장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연두교서 발표는 매우 ‘일상적인 이벤트’로 간주돼 왔다. 대통령과 하원의장이 한 달 넘게 셧다운으로 대치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두교서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발표 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펠로시 의장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공화당도 전열을 가다듬겠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연두교서 논란의 배경인 셧다운 정국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타협안(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불법체류 자녀 추방 유예를 3년 연장)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장벽 예산을 아예 제외시키고 지출법안 통과를 재차 시도한다.

셧다운을 해결하려면 단일법안으로 상정해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한다. 현재 태평양만큼 벌어진 상하원 및 여야 관계를 감안한다면 협력을 도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셧다운#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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