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백악관 인사들, 무급 공무원들에게 ‘망발’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5일 19시 02분


“휴가로 쉬었으니 갔다 오면 일 더 잘 할 것”
월급 못받은 공무원들 우버 운전사로 일하기도

억만장자 출신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셧다운(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연방공무원들에게 ‘월급이 안나오면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미 언론들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대통령을 존경해서 공무원이 기꺼이 무급 노동을 한다”는 등의 망발까지 있던 터라 ‘금수저’인 백악관 인사들이 셧다운 연장에만 정신이 팔려 서민의 고충을 전혀 이해못한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로스 장관은 정부의 셧다운이 연방 공무원들에게 미치는 경제적·재정적 영향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 영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급여를 받지 못한 공무원들이 식품배급소에 몰려드는 것에 대해 “왜 그런지 정말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은 물론 자금 부족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일은 연방정부에서 사실상 보장하는 것이므로, 은행이나 신용조합에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 말하자면 30일간 급여를 못받았다고 대출을 못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보증하고 결국 월급을 받을 것인데 왜 은행 등에서 대출을 못받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길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특히 금융기관 경험이 없거나 신용 등급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그는 정부 보증 같은 무형의 자원이 있지 않냐는 의미로 “월급이냐 제로(0)냐 하는 생각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생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로스 장관의 순자산 규모는 7억달러에 달한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로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소리냐. 아니면 아버지에게 돈 달라는 전화를 하라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로스 장관의 발언이 “장기의 졸(卒)로 취급하는 연방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냉담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리들의 철없는 발언은 이뿐이 아니었다.

2주 전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무급 휴가중인 공무원들이 말 그대로 ‘휴가’를 갖고 있는 것이기에 돌아온 후 더 잘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이번 주 연방공무원들에게 “굳세게 지내라”고 응원하면서 “당신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무급으로 일하는 이유를 “그들은 우리를 존경한다. 그리고 국가와 대통령 직에 대한 사랑과 그리고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방 공무원들에 대한 광범한 지원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들은 국경 장벽 예산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월급을 미루고 있다”고 말해 비슷한 인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두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될 공무원들의 실상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결혼 반지나 TV를 들고 전당포를 찾는 연방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활고에 빠진 공무원들이 부업으로 우버 택시를 몰고 있다고도 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참했는지 수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워싱턴 D.C. 지역에서 확실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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