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분담금 액수 트럼프 말한 적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12억달러 요구’ 일부 보도에 “트럼프에 대한 모독” 강하게 반박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가 있지만 조건이나 금액 등 구체적인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제시하며 압박했다는 보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떤 정상도 그런 방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모독’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동원해 직접 특정 보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갈등이 한미 정상 간 이슈로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이슈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해외 정상의 발언에 대한 보도를 방치할 경우 미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한미 정상이 나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정상 간 담판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 수뇌부 회의를 연 끝에 최종 결정한 금액”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조 원 이상은 안 된다”며 9999억 원을 제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된 상황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정부#트럼프#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