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가 있지만 조건이나 금액 등 구체적인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제시하며 압박했다는 보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떤 정상도 그런 방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모독’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동원해 직접 특정 보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갈등이 한미 정상 간 이슈로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이슈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해외 정상의 발언에 대한 보도를 방치할 경우 미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한미 정상이 나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정상 간 담판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 수뇌부 회의를 연 끝에 최종 결정한 금액”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조 원 이상은 안 된다”며 9999억 원을 제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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