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테러 비판메시지 담은 거리예술가 ‘뱅크시’ 작품 도난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7일 23시 19분


2015년 89명 사망한 파리 이슬람테러 현장에 지난해 6월 남긴 추모벽화
경찰 “승합차 탑승한 도둑들이 25일 밤 문짝 채로 떼어가”
사회비판 담은 벽화 그리는 정체불명 화가…일부 작품 지난해 훼손되기도

영국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 비상구 문짝에 그려놓았던 그라피티 작품. 25일 문짝 채로 도난당했다. 유튜브 캡처
영국의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 비상구 문짝에 그려놓았던 그라피티 작품. 25일 문짝 채로 도난당했다. 유튜브 캡처

영국의 정체불명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가 지난해 6월 말 프랑스 파리 11구 볼테르 대로의 바타클랑 극장 1층 비상구 문짝 실외측 면에 그려놓았던 그라피티(낙서예술) 작품이 도난당했다.

현지 경찰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5일 밤에 대형 승합차를 타고 이곳에 나타난 도둑들이 문짝을 떼어내 차에 싣고 사라졌다”고 밝혔다.

검은색 칠을 한 문짝과 벽면에 그린 이 벽화는 베일을 쓰고 꼿꼿이 선 채로 묵념하는 모습의 여성을 표현한 스텐실(스크린을 오려낸 틈으로 도료를 흘려 넣어 형상을 찍어내는 기법) 벽화였다.

1864년 지어진 바타클랑 극장은 2015년 11월 13일 밤 관객 1500여 명이 운집한 미국 록 그룹 콘서트 중에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89명이 사망한 장소다. IS가 이날 파리와 교외 지역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인 총격·폭탄 테러로 13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은 2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뱅크시가 극장 비상구에 그린 테러희생자 추모 벽화를 훔친 도둑들은 세계인을 위한 상징물을 훔쳐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은 2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뱅크시가 극장 비상구에 그린 테러희생자 추모 벽화를 훔친 도둑들은 세계인을 위한 상징물을 훔쳐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바타클랑 극장 측은 트위터 계정에 “도둑들의 소행에 큰 분노를 느낀다. 뱅크시의 그 벽화는 파리 시민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테러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전하는 상징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뱅크시는 1968년 5월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이 보수적 권위주의에 저항해 벌인 ‘68혁명’ 50주년 기념 벽화를 파리 시내 곳곳에 남겼다. 유럽 각국 정부의 난민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벽화는 발견 직후 파란색 페인트칠로 일부가 훼손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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