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디노에 성당 신축…미-쿠바 외교관계 정상화
카스트로, 1959년 혁명 이후 대대적 종교 탄압
지난 주말 1959년 쿠바 공산주의 혁명 이후 처음으로 쿠바에 가톨릭 성당이 문을 열었다.
CNN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쿠바 서부 산디노 마을에 가톨릭 성당에서 신축 행사와 함께 첫 미사가 진행됐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란색의 작은 건물은 구소련 양식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성당 건설을 감독한 시릴로 카스트로 신부는 이날 미사에서 “마치 캄캄한 밤에서 낮으로 나오는 것과 같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 소재 세인트 로렌스 성당 신도들이 모은 약 10만 달러(약 1억 원) 헌금으로 이뤄진 이번 성당 신축은 공산주의 정부 종교 역사상 획기적인 일로 평가됐다.
쿠바는 지난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집권 이후 기독교를 대대적으로 탄압해왔다. 카스트로는 가톨릭 교회를 공산주의 무신론 국가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많은 교회를 폐쇄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또 공산 통치에 반대하는 많은 신부들을 재교육 캠프로 보내거나 해외로 추방했다.
그러다 1991년 소련 붕괴를 기점으로 종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됐다. 카스트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쿠바로 초청했고 크리스마스가 휴일로 부활했다.
지난 2014년에는 라울 카스트로 당시 쿠바 대통령이 미국과의 외교관계 회복에 기여한 비밀협상을 도와준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산디노 성당 신축 역시 미국-쿠바간 외교적 관계 정상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CNN은 전했다.
특히 산디노는 1960년대 카스트로 반란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망명 생활을 해온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 신도들에 힘입어 건축 자금이 모였지만 성당 건축은 쉽지 않았다. 쿠바에서 건축 자재를 찾는 일은 난항을 겪었고 지난 4년 동안 수차례 연기됐다.
산디노의 호르헤 엔리께 세르파 주교는 “때때로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지만 마침내 일이 성취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건물이 생겼지만 (진정한 의미의) 성당은 그 신도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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