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홀로코스트…추모식장서 ‘반유대’ 극우집회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17시 16분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식 열린 아우슈비츠에서 “반유대” 집회
NYT “독일과 폴란드 곳곳에서 ‘하일 히틀러’ 문구 박힌 기념품 판매 중”
미국과 유럽 젊은이들 대부분 “홀로코스트가 무엇인지 모른다” 답해

오시비엥침=AP 뉴시스
오시비엥침=AP 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 해방 74주년 기념일 추모행사가 열린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에 지어진 기념관(옛 유대인 수용소)에서 극우주의자들의 ‘반유대주의’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극우 시위대가 유대인들이 강제 수용돼 학살됐던 아우슈비츠 기념관에서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용소 생존자 등 추모식 참가자들과 반유대 집회 참여자들 간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폴란드 국기를 어깨에 두른 반유대 집회 참여자들은 “우리 애국자들은 유대인들이 폴란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는 2015년 집권한 극우정당 ‘법과정의당(PiS)’이 “폴란드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다는 역사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면서 반유대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미국 뉴욕 홀로코스트 추모관 기록에 따르면 나치가 학살한 유대인 600만 명 중 300만 명 이상이 폴란드에서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에는 아우슈비츠 외에도 트레블링카, 벨제크, 소비보르 등에 강제수용소가 지어져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CNN은 “지난해 18세 이상 미국인 13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980년 이후 출생한 응답자 중 66%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다”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잃는 것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줄 지표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7개국 성인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33%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가족의 후손인 알렉산드라 레빈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날 르포 기사를 통해 “최근 홀로코스트 관련 연구를 위해 독일과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거리 매점에서 ‘하일 히틀러’ 문구를 붙인 기념품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법으로는 나치 기념품 판매가 금지됐지만 실질적 제재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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