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등 예방접종이 의무화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부 의사들이 부모들이 갖고 있는 ‘백신 공포’를 이용, 면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N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의사들의 ‘유료’ 도움을 받아 자녀들의 예방접종 의무를 회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 이후 캘리포니아주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면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강화된 학교백신법(SB277)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캘리포니아주 내 상당수 카운티들은 예방접종률이 효과적 집단면역 수치로 알려진 90% 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카운티의 경우 7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사로부터 확인을 받는 경우 접종 면제를 받을 수 예외조항 탓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명 ‘백신 괴담’ 등으로 자녀의 예방접종을 꺼리고 있다.
지역 보건당국에 따르면 일부 학교의 경우 접종 면제를 받은 학생들이 20%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면제 조치를 해주는 사람 상당수가 실제 아이들을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이며,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의사들도 많다고 폭로했다.
일부 의사들은 1번의 비용을 받고 영구적인 면제 조치를 취하지만, 또 다른 의사들은 3개월 수준의 일시 면제 조치를 한 뒤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 돈을 더 받는다는 주장이다.
주상원 의원이자 소아과 의사인 리처드 팬 박사는 백신법의 허점을 악용해 백신 효과를 약화시킨 주범은 의사들이라고 비판했다.
팬 박사는 “일부 의사들은 돈을 내면 면제 혜택을 준다”며 “그런 의사들은 전문 지식에 의거해 면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의사 면허를 수익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료진들의 사이트들이 다수 검색된다고 NBC는 전했다.
예를 들어 켈리 서튼 박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아이들의 건강관리를 선택하기 위한 부모로서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지식을 제공한다”며 “특별한 프로그램이 단돈 97달러(약 11만원)”이라고 광고했다.
서튼은 “면제 조치를 돈 받고 파는 게 아니다”면서 “대신 백신 교육과 함께 상세한 검사 등을 포함한 더 완벽한 조치를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아동병원 백신 개발센터 공동 센터장이자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저서를 써낸 피터 호테즈 박사는 “가짜 의료 면제책을 써준다는 건 의사로서는 해선 절대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알버트 우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면제권을 ‘판매’한다는 행위에 대해 너무나 부끄럽다”며 “백신이 생기기 전 300만~400만의 사람들이 홍역에 감염됐다. 500명이 사망했고, 5만명이 입원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의료위원회는 의사들의 면제권 판매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구매 정황이 있는 상당수 부모들이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