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이집트 대통령 면전에서 ‘훈계’한 마크롱
“블로거가 나라 발전시키지 않는다” 받아친 시시
프랑스-이집트, 경제·군사 협력 방안 논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면전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2박3일 일정으로 이집트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인권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현지 언론 알아흐람 및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가의) 평화는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법의 의한 지배가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하다. 인권 문제는 국가의 안정성과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블로거, 언론인 등 정권을 위협하지 않은 많은 이집트 국민들이 감옥에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30년 동안 이집트 독재 정권을 이어온)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때보다 더 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따끔한 충고’를 들은 시시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이집트는 블로거들 덕분에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집트 국민들의 일과 노력, 인내심을 통해 발전한다”고 받아쳤다.
시시 대통령은 2013년 7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 정책 및 인사를 비판하는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을 가짜뉴스 유포혐의로 체포하고, 팔로어가 5000명이 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언론으로 간주해 감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노란조끼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아예 이집트 전역에 ‘노란조끼 판매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에서는 최소 6만 명 이상의 정치범이 수감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 탓에 국제사회에서는 시시 대통령이 과거 30년 독재정권을 이어온 무바라크 전 대통령보다 더 잔혹한 통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이집트는 180개국 가운데 161위를 기록했다.
이집트 및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충고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1년 민주화혁명 아랍의봄 이후 이집트 정부에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프랑스인 탓이다.
국제엠네스티 등은 “2012~2016년 사이 프랑스가 이집트에 수출한 무기는 이전 20년 치(1991~2011년)를 넘어섰고, 대부분 폭력적 통치를 위해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프랑스 무기 및 장비는 오직 군사용으로만 사용됐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문제를 두고 양국 정상의 신경전이 경제 및 군사협력 방안 논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이날 교육, 보건, 교통, 무역,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30여 개의 협정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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