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형사연령 12세 추진…‘생계형’ 어린이 범죄 어쩌나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30일 14시 08분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인 필리핀 정부가 형사처벌 연령 하향을 추진하자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마약 범죄 사건에서 어린이들이 희생자로 몰릴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 15세에서 12세로 형사 책임 연령을 낮추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서 며칠간 논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6년 중반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우선시하는 이 법은 로마가톨릭 교회, 어린이 보호단체, 야당 정치인으로부터 집중적인 반대를 받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16세가 되기 전까지 이성과 충동억제 능력이 성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이들은 범죄에 어린이들이 이용당하는 현실과 증거 무시의 풍토에서 이 법이 시행되면 어린이들이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게리 알레하노 야당 의원은 “어린이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보호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법안은 편리하게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아이들을 감옥에 보낼 의도가 아니라면서 “그들을 가르칠 사회복지사들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르는 12세에서 18세 사이의 아이들은 청소년 시설에 감금되고 중재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된다. 최대 12년인 형도 성인보다 짧다. 하지만 아동 권리 단체들은 이 청소년 시설들이 일반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고 과밀하다고 지적한다.

각각 기소와 입증책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많은 국가들이 형사책임 연령을 낮게 잡고 있다. 인도에서는 7살, 호주와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에서는 10살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에서는 형사책임을 최저 11세로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들은 주 차원의 범죄에 대한 최소 연령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필리핀에서 형사 연령을 낮추는 것은 아동사범에 대한 즉결 처형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사범 척결을 선언하면서 업무 선상에서 마약상을 죽게한 경찰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약속으로 대담해진 경찰들이 어린이를 포함한 마약 용의자 수천명을 죽였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

또 활동가들은 필리핀 어린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빈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18세 미만 아동은 2010년 기준으로 1억 명 인구의 거의 40%를 차지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들 중 약 31%의 어린이들이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으며, 10명 중 8명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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