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출국금지-자산동결 요청
서방세계 맞서 강대강 대치… 볼턴 “심각한 결과 맞을것” 경고
“야당과 대화 용의” 유화 메시지도… 해외언론 “시간 벌기용 작전인 듯”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 및 자산 동결 압박으로 ‘돈줄’이 막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군사 개입 카드를 저울질하는 미국에 맞서 자신의 호위무사 격인 민병대 수를 “두 달 반 안에 40만 명 이상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29일 군 관련 행사에 참석해 “4월 중순까지 현재 160만 명인 민병대 수를 200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민병대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사회주의 혁명을 장려하고 군부를 돕는 민간인을 훈련하겠다는 명목으로 창설된 군대다. 반(反)정부 시위대 진압도 주로 이 민병대가 맡고 있다. 대법원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출국 금지 및 자산 동결을 승인했다.
마두로의 민병대 증강 계획은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나오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긴장감을 더 높이고 있다. ‘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과이도 출국 금지 및 자산 동결 소식에 “과이도 의장에게 해를 끼치며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자들은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하루 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병력 5000명을 콜롬비아로’라고 적힌 메모를 들고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CNN은 이날 ‘볼턴은 경험 많은 노련한 외교관’이라며 그가 단순 실수로 해당 메모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백악관 역시 베네수엘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열어 두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과이도 의장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마두로 정권과 군부를 압박할 수 있는 평화 시위를 계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이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대리로 임명한 야권 인사 카를로스 베키오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대사 승인을 받은 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자유 베네수엘라’의 첫 번째 대사”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자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30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국익, 평화, 미래를 위해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주요국이 촉구한 대선 재투표에 대해선 “다음 대선은 (자신이 임기를 마치는) 2025년에나 있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진짜 협상 제시인지, 시간을 벌기 위한 시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미국이 베네수엘라 제재에 나서자 마두로가 반대파와 교섭에 나섰다”는 내용의 글을 띄웠다.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정부 시위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CNN은 이날 유엔인권사무소 집계 결과를 인용해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천명한 23일부터 최소 40명이 숨지고 850명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23일에만 696명이 감옥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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