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패싱’에 떠는 日?…“2차 북미 정상회담 전 美와 조율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17시 56분


북미 정상회담 날짜(2월27, 28일)와 장소(베트남)가 결정되면서 일본 정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 선을 대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은 일정상 어렵다. 전화 회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납치문제에 관해 긴밀히 조율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북미회담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도록 지속적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정책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가 현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말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야 한다”며 북한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본 측이 제기하는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스웨덴에서 합숙담판을 했을 때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스웨덴으로 날아갔지만, 북한은 그를 회의에 끼워주지 않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우려해 일본은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6일 참의원 예산위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일본 정부는 가나스기 국장을 8, 9일 서울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일 방북길에 오른 비건 특별대표와 서울에서 만나기 위해서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7일 “미국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실무자협의 정례화를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후 실무자 추가교섭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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