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 처음으로 회담 의제 관련 구체 언급
17일 이후 진행될 北美 실무협상 추이 주목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2019.2.10/뉴스1 © News1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 의제가 12개 가량으로 ‘구체화’ 됐다. 미국 측 협상 대표, 즉 북미 비핵화협상 당사자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의제의 숫자가 언급됐다는 의미가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워싱턴DC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대표단과 만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간략한 경과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진행한 방북 협상에 대해 “12개 이상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라며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설명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협상 당사자를 통해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비록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숫자와 관련한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 따라 북미 2차 정상회담 국면에서 전개될 북미 간 수싸움 판의 규모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번 협상도 ‘시원한’ 타결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사했다. 우리 측 대표단에 “협상을 위해 (북미 간)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한 것이다.
의제의 세분화, 구체화에는 동의했으나 각론에서 여전히 북미 간 넘어야 할 산이 크고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 간 논의되는 ‘딜’의 수준과 개념에 대해 전문가 그룹마다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빅딜’을 예측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기록할 ‘스코어 보드’가 12점 전후의 점수를 나눠 갖는 방식이 될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가 언급되는 의제는 그렇지 않은 의제에 비해 가중치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논의사항이 비핵화, 관계 개선 등을 언급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합의의 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점에서 12개 안팎의 의제는 사실상 개별 각론으로만 적용될 수 없는, 연계된 사안일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의 수준에 따라 인도주의 지원 폭의 확대가 달라지는 등, 12개가량의 의제들이 서로 연동돼 전체적인 협상 내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북미는 17일 이후, 내주부터 시작되는 추가 실무협상을 통해 심화된 실무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은 지금까지 진행된 세 번의 회담판에 비해 더 치밀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올해 들어서만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비건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협상 등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 번 회담탁에서 마주한 바 있다.
특히 비건 대표의 이번 발언으로 봤을 때 아직 북미가 정상회담의 합의문 작성 수준까지는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회담이 통상 실제 회담 직전까지 합의문을 상당 부분 완성한 뒤 정상 간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내주 실무협상에서 관련 진전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17일을 전후로 2차 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로 들어가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역시 비슷한 일정에 맞춰 베트남행이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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