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현지 경찰관에게 푸딩을 던지는 무례한 행동으로 비난받았던 중국인 유학생이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13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메트로마닐아 지역 만달루용 시에 있는 한 디자인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장 지아러(23·여) 씨가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앞서 필리핀에서 6년째 유학 중인 장 씨는 9일 밤 두유 푸딩의 일종인 ‘타호’를 들고 도시철도(MRT) 보니거리역으로 향했다.
당시 해당 철도역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 윌리엄 크리스토발은 개찰구로 들어가려는 장 씨를 보고 즉시 다가가 “액체류 반입이 안 된다. 푸딩을 다 먹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제지했다. 필리핀 도시철도는 폭탄테러 등 위협 때문에 액체류 반입을 금하고 있다.
장 씨는 개의치 않고 들어가려고 했고, 크리스토발은 계속해서 막았다.
실랑이를 벌이다 화가 난 장 씨는 들고 있던 푸딩을 크리스토발에게 그대로 투척했다. 크리스토발의 상의와 팔 등은 푸딩 범벅이 됐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장 씨는 그 자리에서 공무집행 방해 및 폭행 등 혐의로 체포됐지만 이내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현지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특혜다’ ‘이것은 경찰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필리핀에 대한 모욕이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필리핀 당국은 13일 장 씨를 이민법 37조(공공의 이익에 위협이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인’은 추방할 수 있다)를 위반한 혐의를 적용해 외국인 수감소에 구금했다.
그럼에도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매사에 중국에 저자세를 보인다’며 성토했다.
반중여론이 커져 자칫 외교 분쟁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테디 록신 외교부 장관은 “장 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은 틀림없는 잘못”이라면서도 “푸딩을 던졌다고 우리 영토를 침해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추방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다”라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장 씨는 “기분이 정말 안 좋아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내가 한 실수를 인정하고 매우 후회한다”면서 “정말 미안하다. 내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없는지 묻고 싶다. 나는 정말 필리핀을 좋아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장 씨는 추방되는 것과는 별개로 경찰 폭행 등 혐의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는 징역 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한다.
필리핀 사법부에 따르면 범죄 행위를 저지른 외국인은 형사 재판 판결 이후 법무부의 행정 처분이 이뤄진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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