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가 17일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꼽혀 위기를 맞은 그가 ‘오일 머니’를 뿌리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전용기를 타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정보기술(IT) 등 25개 사업 대표단을 대동한 그는 최대 200억 달러(약 22조59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신문 아랍뉴스는 “양국이 발전소 및 정유·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건설,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파키스탄은 형제 같은 국가”라며 “대규모 투자는 동맹 강화 및 경제 우호관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양국에 큰 이익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무리하게 참여했다 빚더미에 오른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이다. 외환보유액도 사실상 바닥. 파키스탄은 1980년대 이후 무려 12차례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중국에도 향후 20년간 400억 달러(약 45조1800억 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은 이날 환영 행사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왕세자를 태운 전용기가 영공에 진입하자 전투기를 띄워 착륙 직전까지 안내했고, 임란 칸 총리가 직접 왕세자를 맞았다. 도시 곳곳에도 왕세자의 초상화가 걸렸다.
국빈급 환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60억 달러(약 6조780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한 것과 무관치 않다. 두 나라는 예전부터 막대한 석유를 보유한 사우디가 파키스탄에 경제 지원을 하고, 핵보유국 파키스탄이 사우디 왕실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이틀간 파키스탄에 머문 뒤 인도 중국 등을 방문해 투자 및 경제협력 계획을 계속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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