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민주당 후보군들이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그의 지지 여부가 경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대선 경선과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정 후원자들이 이달 초 워싱턴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모임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외교관인 데이비드 제이컵슨 전 캐나다주재 미국대사와 존 필립스 전 이탈리아주재 미국대사가 조직했다.
회동에선 2020년 대선 후보군들을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이들 중 재정 후원을 받을 1~2명을 추리기 위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이 회동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NYT는 3명의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후원자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경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호를 표시할지 야단스럽게 궁금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인들 및 대선 후보군들에게 2020년 경선 과정에서 누군가를 결정하는 역할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울러 경선 과열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득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신 ‘아이디어 경연’ 방식으로 치러지기를 원한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이와 관련, “그들(후원자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해 내게 물었지만, 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러리라고 상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얻는 상황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NYT는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없다고 그의 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요 후보군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며 대선 관련 조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 12명 이상을 면담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조언했다.
카멀라 해리스, 코리 부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유력 주자를 비롯해 피트 버트지그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현재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로 자신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대선 후보군들과 만나 대선 과정에 대해 격려와 냉정한 경고를 건넸다고 NYT는 보도했다. 민주당 후보군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관련 회동을 거의 전적으로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끝까지 중립을 유지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민주당원들에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통적인 정당 지도자로서 행동하면서도 높은 곳에서 그가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를 결정해주기를 원한다는 어떤 모순이 있다”고 했다.
한편 오바마 전 대통령은 후보군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대통령 재직 기간 수년에 걸쳐 우파 포퓰리즘 세력과 맞섰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좌절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울러 현재 활발한 진보주의자 후보들이 많은 만큼, 이번 경선에서 오히려 중도파 민주당원들에게 비교적 더 많은 공간이 열려 있다는 힌트를 건네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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