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15주년을 맞아 법학부 입학부터 사법시험 합격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제도 개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법률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일본 정부가 법학부 입학부터 로스쿨 졸업까지 5년에 마치고, 로스쿨 재학 중 사법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법조코스’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기국회 때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04년에 로스쿨을 도입했다. 이전 사법고시가 ‘시험 기술자’만 양성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로스쿨을 졸업해야 사법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첫해 74개교에서 모집했으며 7만2800명이 몰렸다. 하지만 매년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지원자는 8058명에 그쳤다. 지원자가 줄어드니 법학전문대학원을 개설한 학교도 매년 줄어 지난해 36개교만 신입생을 뽑았다.
일본에서 로스쿨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법학부 4년, 로스쿨 2년, 사법시험 도전 1년, 합격 후 연수 1년 등 합계 8년이 걸린다는 점이 예비 법조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8년은 로스쿨 졸업 후 곧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는 가정 아래서 걸리는 시간이다. 시험에 떨어지면, 9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로스쿨 졸업생의 합격률도 신통치 않다. 애초 로스쿨을 만들 때 졸업자 70~80%는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첫해 합격률이 48%에 그쳤다. 최근에는 20%대에 머문다.
무엇보다 ‘예비시험’ 제도가 2011년에 생기면서 로스쿨 지망생이 대거 줄었다.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해 로스쿨을 다니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사법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러자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예비시험으로 몰린 것이다. 예비시험을 통해 사법고시에 응시한 이들의 합격률은 70% 내외로 로스쿨 졸업생보다 훨씬 높다.
로스쿨 인기가 급락하자 정부가 나섰다. 법조인이 되기까지 기간을 단축시키는 ‘법조코스’를 만들기로 한 것. 우선 법학부 기간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또 로스쿨 재학 중에 사법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법학부 입학부터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까지 6년만에 끝낼 수 있다. 현행 제도보다 2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예비 법조인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반대자들은 학부도 로스쿨도 사법고시 학원으로 전락해 로스쿨 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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