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전문가들 “김정은은 정상회담의 달인…상황주도 자신감”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8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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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회담 손해볼 일 없다고 생각
상황을 리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보여
'은둔 독재자'에서 '유능한 지도자'로 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꼬마 로켓맨(Litle Rocket Man)’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사랑에 빠진’ 정상회담의 달인이 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는 ‘젊은 독재자’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협상가가 됐다면서 그에게 핵포기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위원장은 1차 정상회담 이전에는 양보를 제안했으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를 고수한다면 대화를 중단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권력 승계 이후 거의 은둔 생활을 해온 김위원장은 1차 정상회담을 전후해 외교활동에 적극 나섰으며 중국과 한국의 지도자와 회담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서한을 주고 받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그런 한편으로 핵무기 원료를 계속해 생산함으로써 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핵무기 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김위원장의 체면을 구긴다는 생각을 비웃듯 북한 방송은 최근에 구입한 사치스러운 메르세데스 벤츠 S600이 평양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내보냈다.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분석관 출신의 정 박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상황을 리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위원장의 협상 전술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 대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강조할 수 있고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제거하는 실무 차원의 대화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전 외교부 차관은 김위원장의 또다른 전술로 “자발적인 비핵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처럼 거의 용도가 폐기된 핵시설을 스스로 선정해 해체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상징적인 조치를 통해 핵신고나 사찰을 허용하는 전면적인 비핵화 개념을 회피하면서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권력승계 후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으로 권력을 강화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속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핵대결을 벌인 끝에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이는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장기적 생존을 확보하는 기회가 됐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윗에서 “김위원장은 내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얼마나 유능한지를 알게됐기 때문”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자들은 고모부를 처형하고 형을 암살했으며 10만명의 정치범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있는 김정은위원장을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김위원장은 핵포기 의사가 없으며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위원장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제재에서 벗어나면서 추가적인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미 국방장관 아태정책 자문관을 지낸 밴 잭슨은 “김위원장은 대화에서 손해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회담을 갖고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후로 위상이 크게 변했다.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웃던 트럼프 대통령이 “인품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다가 최근에는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말했다. 김위원장은 나아가 당장 비핵화하라던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을 재선에 활용하는 외교적 업적으로 삼고 있음을 잘 알면서 이를 협상에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라는 것을 김위원장이 잘 알고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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