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무자비한 독재자’로 불리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세계 정치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데 이어 이번 2차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층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만 해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깡패’,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 ‘명백한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험한 말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단독회담 뒤 호텔 가운데에 있는 수영장으로 나와 산책을 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도 함께 대화를 나눴다. 이후 양측은 호텔에 다시 들어가 참모진들이 참여한 확대 회담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는 해고야!’라는 유행어로 선풍적 인기를 끈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이라 대중의 이목을 끄는 법을 일찍부터 터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폐쇄된 국가에서 국가의 통제를 받는 언론에만 주로 노출돼 온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언론사의 플래시 세례에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전보다 훨씬 더 자주 오동통한 얼굴살 속으로 코가 파묻히는 듯하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의 돌발 질문에도 능숙하게 답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산책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주고받던 중 김 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워싱턴포스트(WP) 기자로부터 “협상 타결을 자신하느냐(Are you confident?)”란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통역을 통해 질문을 전해들은 뒤 해당 기자를 향해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예단하진 않겠다”면서도 “내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측 기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던 데 비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게다가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방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그 모습이 TV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석 주석이나 부친 김정은 국방위원장 때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AFP통신은 김 위원장이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은 ‘공상과학영화’, 그리고 이번 2차 회담은 ‘환상영화’에 비유한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도 회담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잘 아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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