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미국이 우리 주장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우리의 요구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합의가 결렬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앞으로도 이번 회담에서 요구한 수준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0시 15분경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제2차 조미(북미)회담과 공동인식으로 이룩된 해결 원칙에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유엔 제제 일부 즉 민수(민생)경제와 인민생활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 플루토늄, 우라늄을 포함해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 점검해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사이의 현 신뢰 수준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리 외무상은 “그러나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핵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주장 수용할 준비 안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또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 될 수 있을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미국에 공을 넘긴 것.
리 외무상은 이어 “완전한 비핵화 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선의 방안이 실행되어야 한다”며 “우리 이런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 없을 것이며 미국측과 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경우에도 우리의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 결렬 11시간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북한 측이 베트남 외교부를 통해 “북미 합의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해외에서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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