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0억 엔(약 101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그는 군청색
작업복, 파란색 모자, 마스크, 안 쓰던 안경까지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 언론은 그가 노출을 피하기
위해 위장했지만 이 작업복 사진이 널리 퍼져 오히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도쿄=AP 뉴시스
지난해 11월 19일 일본 검찰에 체포된 지 108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65)이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마스크와 모자에 작업복 차림으로 구치소를 나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6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이날 10억 엔(약 100억9160만 원)의 보석금을 납부하고 일본 도쿄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변호사를 바꿔가며 세 차례 보석을 신청한 끝에 겨우 법원 허가를 받았다. 법원은 곤 전 회장의 주거지를 일본 국내로 제한하고 주거지 출입구 감시카메라 설치, 해외 방문 금지, 인터넷 사용 제한, 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보석을 인정했다.
이날 곤 전 회장은 독특한 차림으로 구치소를 나서 큰 화제를 모았다. 안경을 쓰지 않던 평소 모습과 달리 검은색 테두리의 안경을 쓰는가 하면 공사장 작업복 등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군청색 자켓, 파란색 모자, 마스크를 썼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공사장 작업요원처럼 위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 놨다.
의도와 달리 취재진이 이 모습을 앞다퉈 보도하자 역설적으로 그는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본 누리꾼들도 각종 소셜미디어에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인데 경비 요원들 틈에 껴서 경비원 같은 옷을 입고 나오면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거냐” “그가 자신의 주장대로 정발 결백하다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왔어야 한다” “일종의 코스프레라도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스즈키 소형 왜건을 타고 모처로 이동했다.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연봉 50억 엔(약 504억5800만 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11월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 3사 연합의 수장이었던 그는 체포 후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 르노그룹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꾸준히 부인하고 있다. 이날도 성명을 통해 “끔찍한 시련을 통해 내 곁을 지켜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나는 무죄이며 재판에 단호한 결의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도 관심을 끈다. 그는 당초 도쿄지검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보석 신청이 번번이 기각되자 지난달 새 변호사로 도쿄대 법학부 출신의 히로나카 준이치로를 선임했다. 히로나카 변호사는 각종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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