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를 겨냥한 인종차별 등 혐오 발언에 직접 칼을 빼들었다.
7일(현지시간) CNN은 왕실이 마클을 겨냥한 혐오 댓글 삭제, 욕설 트위터 계정과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등을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영국 왕실은 악플을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총과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모지)과 흑인 비하 어휘 등을 잡아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여왕의 버킹엄궁과 찰스 왕세자의 켄싱턴궁이 공동 성명을 내고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왕실은 구성원에 대한 비방과 모욕, 성·인종차별적인 댓글과 게시물을 삭제하게 된다. 또 악플의 정도가 심할 경우 형사 고발도 불사하겠다고 왕실은 밝혔다.
영국의 인권단체 호프낫해이트(Hope not Hate)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마클을 비하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프낫해이트가 올해 1~2월에 게시된 마클에 대한 5000개의 악플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악플의 70%를 약 20개의 계정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 마클을 공격할 의도로 만들어진 계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일부 계정은 극우 웹사이트 주소와 유명 극우인사의 아이디 등을 함께 게시했다. 그러나 CNN은 극우단체에서 마클을 비하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을 하기엔 성급한 단계라고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과 마클의 불화설도 누리꾼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해 황색 매체들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사를 유통 한다.
해리 왕자가 켄싱턴궁에서 분가를 한다고 선언하면서 마클에 대한 비하발언은 더욱 심해졌다. 미국인 배우 출신인 마클이 답답한 왕실 생활을 견디지 못했다는 소문과 함께 미들턴과의 갈등이 심해져 두 사람이 더는 한 공간에 머무르기 힘들 지경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 요미 아데고크는 “마클이 미국인이라는 것 뿐 아니라 흑인 혼혈이라는 점, 그리고 이혼을 한 경험이 더욱 집중 포화를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마클이 혼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클이 낳은 아기가 아프로헤어(흑인 특유의 곱슬 머리)를 갖고 태어날 것이다” “흑인들처럼 콧대가 낮을 것이다”는 혐오성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프낫해이트 측은 “누리꾼들이 마클을 영국을 포함한 서구 몰락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클이 흑인 혼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부의 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호프낫해이트는 이어 “이러한 사고 방식은 특정인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취해도 된다는 동기를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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