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대통령, 퇴진 시위속 스위스 병원에서 귀국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1일 06시 55분


82세 노령의 부테플리카 5선출마에 전국 시위
중고생까지 거리 나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2주일 동안 스위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알제리로 귀국했다.

82세의 노령인 부테플리카는 201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런데도 4월 18일 실시되는 차기 대선에 다섯번째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 알제리 사회를 휩쓰는 대대적인 격분을 사고 있다.

이번 항의 시위는 그 동안 알제리의 권력구조 내부의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권력 시스템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요구도 담고 있다. 지금의 부패한 독재 체제를 끝내라는 것이다. 그 동안 부테플리카 체제에서는 소수의 무리가 대통령을 이용하고 압박해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0일 제네바 공항을 떠나 수도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부파리크 공군기지에 도착해서 빠른 속도로 알제 교외의 자랄다를 향해 이동했다. 그는 수도의 대통령궁에 거주하지 않고 제랄다에서 살고 있다.

알제리 민영TV 에나하르는 이 차량 행렬과 함께 승용차 안에서 모자를 쓴 채 약간 구브린 대통령의 모습을 방영했다.

알제리 관영 APS통신은 대통령의 귀국 사실을 확인 보도하면서 “개인적인 용무로 제네바를 방문했으며… 그 동안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테플리카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수 백만명이 거리에 나와 5선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병든 노인을 대통령직에 두고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현 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10일 대통령이 입국하는 날 총파업을 일으켜 알제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수많은 상가가 철시했다.

변화의 조짐도 일어나고 있다. 부테플리카의 국내 제1당인 여당 민족해방전선 (FLN)은 10일 오랜 침묵을 깨고 현재 엄청난 규모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자기들은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정당과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 “국가에 최소의 피해가 가는 방향으로” 이번 위기의 해결책을 찾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아메드 가이드 육군참모총장도 이 날 “알제리 국민과 군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똑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0일 프랑스 파리와 전국 각 도시에서도 알제리 출신 교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고, 시위는 이웃나라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도 벌어졌다.

알제 시내에서는 시위가 중고교생들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부테플리카의 5선 출마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아미나라고 첫 이름만 밝힌 어린 여학생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유일한 대통령은 부테플리카였다”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한 엄마는 “ 이 아이들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13살짜리들이다.”라며 이들의 순수한 요구를 지지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월 22일 부테플리카가 4월18일 대선의 5선 출마를 발표한 뒤 평화시위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그 동안 널리 비난을 받아온 독재 체재와 복잡한 정치적 이권 집단에 대해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1999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부테플리카는 19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직후 아메드 벤 벨라가 잠깐 통치한 것을 빼놓고는 이후 군사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여러 명의 장군들에 이어서 민선 대통령으로는 처음 당선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위 3주째를 맞은 지난 8일 알제에서는 수십만명의 대 군중이 부테플리카의 5선 출마 반대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후 한 동안 격납고 안에 숨겨져 있던 정부의 관용기가 제네바 공항으로 날아가 부테플리카를 태우고 귀국했다.

알제리 정부 관리들은 부테플리카가 이미 며칠 전부터 일시 귀국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알제( 알제리)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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