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에 주가 급락…“수십억달러 손실 우려”도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작년 10월 보잉737 맥스8 기종 여객기가 인도네시아 자바 해상에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전원 사망한 데 이어, 이달 10일(현지시간)에도 같은 기종 여객기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해 탑승객 157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이은 추락사고로 보잉의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최악의 경우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잉737 맥스8가 기종 특성상 최소한의 유지보수만으로도 더 많은 승객을 확보할 수 있어 많은 항공사들의 눈길을 끌어왔다고 전했다. 중거리 노선에 적합해 항공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종으로 평가돼왔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보잉은 이 기종이 인기를 끌자 생산량을 늘리면서 “맥스8 기종을 모는 조종사들에겐 비행시뮬레이터 교육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선전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보잉은 중국·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를 포함, 각국 항공사들과 수천대 규모의 737 맥스8 기종 판매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그러나 에티오피아항공의 이번 보잉737 맥스8 기종 추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11일 보잉 주식은 거의 20년 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증시에서 보잉의 주가는 한때 낙폭이 12%까지 커졌다가 미 연방항공청(FAA)이 “보잉 737 맥스 기종은 안전하다”고 발표하면서 소폭 반등, 전날보다 5.33% 하락한 400.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의 산업담당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보잉737 맥스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결론짓긴 이르지만 주식시장이 보잉에 벌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도 복수의 전문가들을 인용, “보잉은 사고 원인을 깊이 파헤침으로써 잠재 고객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보잉의 보험사들도 연이은 사고로 만만찮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기의 보험 가액이 5000만달러(약 568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희생자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보잉이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더 커질 전망이다.항공전문 변호사 저스틴 그린은 “보잉은 이 사고에서 사망한 미국인 희생자 유족에게 1인당 200만~300만달러의 법적 보상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보잉737 맥스8 기종 자체에 대한 운항 금지 조치가 내려져 해당 기종의 항공사 인도 작업도 완전히 중단 경우 보잉사 연간 매출의 약 5%에 해당하는 51억달러(약 5조7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번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이후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중국·인도네시아·브라질·싱가포르 항공사들이 보잉737 맥스8의 운항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항공가들과의 거래가 끊길 경우 보잉으로선 초대형 고객을 잃게 된다.
케빈 마이클스 에어로다이내믹 항공 분석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보잉엔 정말 미묘한 시점에 모든 일(사고)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문제 때문인지 보잉 737을 새로 주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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