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獨에 ‘화웨이 옐로카드’… “5G 장비 허용땐 안보협력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獨 통신망 입찰 허용 움직임 견제
“中기업 보안기관 협력 위험 상존… 백도어-시스템 취약성 배제 못해”
美대사, 獨경제장관에 서한 보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냐, 중국 화웨이냐.”

독일이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면 테러 방지 등에 필수적인 정보기관 간 협력을 제한하겠다고 미국이 경고하고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가 독일 경제장관에게 “화웨이나 다른 중국 장비회사들의 5G 프로젝트 참여 허용은 미국이 독일 보안기관과 같은 수준의 협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 정보기관의 정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테러 방지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화웨이 문제를 두고 미 정부와의 안보 협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동맹국에 이처럼 명시적으로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넬 대사는 8일자로 작성된 이 서한에서 “중국 기업들은 자국 법령에 따라 민주적 견제와 균형 절차 없이 거대한 중국의 보안기관에 협력해야 할 수 있으며 이 위험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소프트웨어는 너무 복잡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이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더라도 ‘백도어’(보안 구멍)나 시스템의 취약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럿 마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날 화웨이 기술 사용을 허용한 동맹국 정부는 통신망 보호 능력의 일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독일이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더라도 정보 협력을 계속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반응은 7일 독일 연방통신청(BNetzA)이 네트워크 장비 공급회사들이 스파이 행위 금지 합의문에 서명하고 검사를 위한 소스 코드 제출 및 관리자에 대한 감독을 허용하도록 한 강화된 보안 규정을 공개한 뒤 나왔다. 미국이 요건만 충족하면 화웨이의 입찰을 허용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방침에 견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보안 인증 규정은 6∼8주 후 최종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장외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급물살을 탔던 미중 무역협상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날짜 확정 여부와 관련해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계속 협상하고 있으며 두 정상이 마주 앉게 될 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달 27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최종 담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음 달 이후로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5g 통신망#미국 안보협력#중국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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