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시위대가 정치세력화에 실패하고 시위도 힘을 잃으며 소멸 위기에 처했다. 일간 르피가로가 11일 발표한 5월 유럽의회 선거 정당 지지율에서 ‘노란조끼’의 지지율은 3%에 불과했다. 노란조끼가 처음 유럽의회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던 1월만 해도 지지율이 13%로 제3당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지지율이라면 반정부 시위로 시작됐던 노란조끼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지지율은 노란조끼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22%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노란조끼가 후보를 낸다고 가정하면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 우파 공화당과 좌파 공산당의 지지율만 1%포인트씩 떨어졌다.
1월 기자회견에서 후보 79명을 내겠다고 선언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노란조끼의 대표 인물인 여성 간호조무사 잉그리드 르바바쇠르(32)는 11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시위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운동이 계속되기 쉽지 않고 폭력이 발생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노란조끼로 묶인 사회 각계의 복잡한 요구들을 수용하는 데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노란조끼는 기존 정당, 노조와 무관하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지지율 70% 이상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 정치세력화를 이끌 리더가 존재하지 않았고 내부에선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선거 자금 모금과 후보 선정에서 잡음이 나왔고 좌우 이념 논쟁까지 불거지면서 기성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노란조끼를 대변한다며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한 정파는 5개다.
매주 토요일 이어져 왔던 시위도 9일 17차 참가자가 2만8900명(내무부 추산)까지 떨어졌다. 노란조끼 시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참가자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여론도 “이제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노란조끼의 폭력성은 계속 논란거리다. 노란조끼는 지난해 말 정부가 지방도로의 속도 상한선을 시속 90km에서 80km로 강화한 데 항의하면서 시위 과정에서 도로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 절반 이상을 망가뜨렸다. “단속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여긴 시민들의 호응을 받는 듯했으나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면 고장 난 카메라 때문에 생명만 앗아간 꼴이 됐다. 올 1월 교통사고 사망자는 238명으로 지난해 1월(229명)보다 늘었다. 에마뉘엘 바르브 도로안전위원회 대표는 “11, 12월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면 사망자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속도 제한 기준 강화는 지난해 6월 실시된 이후 6개월 동안 116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분석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