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전국장, 인터뷰서 하노이회담 막후 이야기 전해
베트남 외교차관·하노이인민위원장, 北숙소마련 동분서주
김정은, 숙소서 평양공수 음식 먹어…청소부도 접근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회담’을 둘러싼 급박했던 후일담이 공개됐다. 베트남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는 12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마이 프억 중 베트남 외교부 의전국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다낭 예상했던 베트남, ‘하노이’ 발표에 숙소마련 동분서주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당초 하노이가 아니라 다낭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담까지 불과 3주도 안 남은 시점인 지난달 9일 회담 개최지가 하노이로 확정되면서 베트남 관료들은 숙소 등 관련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북한 측은 같은 달 12일 방북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불과 두시간 전인 14일 오전 7시30분께야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을 확정 통보했다. 같은 달 16일 하노이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다음날인 17일 베트남 당국자들과 함께 동당역을 조사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후 보안이 보장되고 객실 규모가 총 120개가량인 호텔을 요청했다. 호텔 전체를 북한 관계자들이 쓰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하노이의 주요 호텔은 그보다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이같은 요청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활용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은 이후 이사회를 통해 북한 측에 109개의 객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쓸 객실과 관련해 호텔이 제공할 수 있는 객실이 북한 측이 제시한 조건과 맞지 않아 이 호텔은 김 위원장 숙소에서 배제됐다.
크라운호텔도 김 위원장 숙소로 초기에 거론됐지만 이후 객실이 없다고 알렸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응우옌 득 쭝 하노이 인민위원장이 하노이 호텔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5성급 호텔들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측은 이후 같은 달 18일 멜리아호텔에 17층에서 22층까지 120개의 객실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멜리아호텔은 남은 객실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 입국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22일 멜리아호텔이 북한 측이 요구한 객실보다 40여개 객실이 적은 80개의 객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베트남 당국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레 호아 쭝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결국 멜리아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보 객실 수를 90개로 늘렸고, 멜리아호텔은 김 위원장 숙소로 최종 선정됐다.
◇북미, 회담 하루 앞두고 정상회담장 베트남에 통보
정상회담장 선정도 쉽지 않았다. 당초 정상회담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국립컨벤션센터(NCC)의 경우 미국 측은 너무 넓다는 이유로, 북한 측은 트럼프 대통령 숙소와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꺼렸다고 한다.
아울러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회의 공간이 부족하고 메인 공간이 주변 고층 건물과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양측의 우려를 낳았다.
베트남 측은 보안과 의전 문제를 염두에 두고 북미 양측에 회담 장소를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에야 북한 측은 메트로폴호텔에서 만찬이 진행된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그보다 늦은 26~27일 사이 자정에서야 메트로폴호텔에서 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둥 국장은 “정보를 매우 늦게, 급박하게 알게 된다는 점은 압박이었다”며 “(북미) 양측은 우리에게 모든 계획을 제공하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알렸다”고 했다.
◇자신감 얻은 베트남…둥 국장 “김정은, 친근하고 개방적”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이 무사히 치러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둥 국장은 “우리가 국제적인 행사를 조직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둥 국장은 또 비록 김 위원장과 개인적으로 소통할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그가 친근하고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 등 베트남 지도부와의 만찬 뒤 베트남 음식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베트남 예술가들의 평양 공연 가능성을 열어놨으며, 추후 하롱베이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도 표했다.
베트남은 김 위원장이 귀국하던 날인 지난 2일 평화를 염원한다는 의미로 동당역을 장식한 리본 색깔을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꿨다고 한다. 푸른색은 통상 희망과 평화 등을 상징하며, 회담 전 베트남이 ‘평화의 도시 하노이(Hanoi the city for peace)’라는 슬로건에 이용한 색깔이기도 하다.
◇김정은, 숙소선 ‘평양공수’ 음식 먹어…20층서 별도식사
한편 김 위원장은 베트남 체류 기간 정상적으로 호텔 식당을 이용한 북한 관계자들과 달리 20층에서 별도의 식사를 했으며, 재료는 평양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묵은 멜리아호텔 직원들은 북한 측 별도 요청이 없는 한 청소 등 용도로도 김 위원장 방에 접근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차 베트남을 방문해 이달 2일까지 머물렀지만, 그가 외부에서 식사를 한 건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과 1일 베트남 지도부와의 만찬 두 차례뿐이었다. 반면 다른 북한 대표단은 하노이 체류 기간 쌀국수를 즐겼다고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