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기로 했던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됐다. 블룸버그 등 미국의 언론들은 4월 말이 유력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4월 말도 확실치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국빈방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 주석은 국빈방문을 고집할까? 정상의 외국 방문에는 3가지 등급이 있다. ‘실무방문’(working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국빈방문’(state visit)이다.
실무방문은 말 그대로 실무적인 이유로 외국 정상과 상의할 일이 있는 경우, 공식방문은 외국 정상과 공식 행사가 있는 경우다. 둘 다 방문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국빈방문은 격이 완전히 다르다. 초청하는 쪽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물론, 국가의 손님으로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한다면 두 정상간 무역협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실무방문이나 공식방문이라면 협상을 하다가 뜻이 맞지 않으면 그대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지난달 열렸던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 좋은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시도하다 안 풀리자 결국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빈방문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국빈으로 모셔놓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빈으로 초청할 경우, 협상 타결은 기정사실이 된다. 실무선에서 협정문을 완성해놓고 정상은 만나서 서명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이 원하는 게 바로 이거다.
지난달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이 시 주석의 반면교사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처럼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실무선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룬 뒤 양국 정상이 서명만 하는 회담을 원하고 있다. 그러러면 국빈방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굴욕적 조약을 맺으러 가는 마당에 최소한 국빈 대접을 받는 모습이라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미중 정상회담은 이달 말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양국 정상의 일정을 고려할 때 빨라야 4월 말에나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3월 27~28일쯤 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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