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를 모독하는 가짜뉴스나 자료를 유포하는 온라인 미디어와 개인을 처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법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온라인 게시물을 감시하는 통신감독 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 게시된 잘못된 뉴스와 자료를 즉각 삭제하지 않을 경우 웹사이트를 차단된다.
온라인 미디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짜정보와 자료를 유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150만루블(약 2400만원)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개인들도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상징물, 사회 제도 등을 모욕하는 자료를 온라인에 게시하면 최대 30만루블(약 520만원)의 벌금과 함께 최고 15일간의 구류에 처해진다.
기존의 인터넷 정보법을 개정하는 형식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 인권위원회에 의해 다양한 비판을 받았다.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류를 억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최초로 러시아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루드밀라 울리츠카야, 인권 운동가 겸 저널리스트 조야 스베토바 등 지식인 100여명은 이 법안이 ‘직접 검열’의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 서명을 벌였다.
크렘린 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가짜 뉴스는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당히 가혹한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다. 러시아의 규제 역시 당연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법이 공정한 과정을 생략한 채 대중의 입을 막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럽정책분석센터 측은 “검찰은 이제 사법적 결단에 앞서 자체적으로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차단하게 된다. 이는 검찰에 매우 높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검열 기구의 억압력은 대폭 확대된다. 공개적이고 공정한 재판이 생략된 채 사람들에게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이는 독재자 조셉 스탈린 시절의 삼두정치(트로이카) 체제와 비교할만하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이번 조치가 물가상승과 연금수혜연령 상향조정과 같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비판 사이트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정부에 의해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연구를 담당하는 우드로윌슨센터의 캐넌연구소 측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인터넷 상의 자유에 큰 제약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은 민감한 정치적 주제에 대해서도 완전한 다양성과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는 영역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넌연구소 측은 그러나 가짜뉴스법의 통과로 러시아에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국가가 취한 정책 등에 대한 항의는 쉽게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건전한 비판조차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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