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짝퉁’ 슈프림 1조원 진품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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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9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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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슈프림은 일반명사... 상표침해 아니다" 판결
삼성, 中 슈프림 이탈리아와 협역 발표…논란일자 '백지화'

10억달러(1조1300억원)가 넘는 가치를 지닌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에 도전하는 ‘합법적인 짝퉁’ 이탈리아 슈프림이 진품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2월 삼성은 중국 베이징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 A8s 출시 행사를 열면서 삼성과 슈프림과의 사업 제휴를 발표해 주위를 놀라게했다.

당시 슈프림 최고 경영진으로 소개된 두 사람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취임식 행사를 갖고 베이징에 7층짜리 매장을 개장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슈프림은 뉴욕의 슈프림이 아니라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한 슈프림으로 밝혀졌다. 이탈리아 슈프림은 스페인에 4곳의 매장을 열었고 영국에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 슈프림은 “자사 제품의 모조품을 만들었다”며 이탈리아 슈프림을 상표 도용으로 고발했다. 삼성은 처음에는 협력 사업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CNN은 삼성이 중국내 마이크로블로깅 사이트인 ‘시나 웨이보’에 삭제된 게시물에서 슈프림 이탈리아가 중국에서 슈프림 상표의 소유자 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부연했다. 삼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자 슈프림 이탈리아와의 협력을 재고했고, 결국 모든 협력사업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슈프림 이탈리아는 모조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중국과 기타 지역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전세계 70여국에 상표를 등록하고, 뉴욕 슈프림과 비슷한 빨간색 바탕에 흰 로고를 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특허청은 슈프림(supreme)이라는 단어는 보통명사에 해당한다며 미 뉴욕 슈프림이 낸 상표권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합법적인 가짜 슈프림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슈프림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슈프림 스페인도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슈프림은 영국계 미국인 제임스 제비아가 지난 1994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장한 조그마한 매장으로 시작해, 루이뷔통, 나이키, 팀벌랜드 등과 협력하는 등 급성장했다. 제비아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파리, 런던, 일본 등 전 세계 매장 갯수를 11개로 제한하고, 온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희소성 전략으로 그 브랜드 가치를 높여갔다.

아울러 계절별 상품 라인 구축의 일반 패션업체와 달리 매주 단위로 제한된 수량의 신상품을 배급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전략은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보편화된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진품 슈프림도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뉴욕 슈프림 로고는 1980년대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가 사용한 것과 정확히 같은 조합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4년 첫 매장 개장 당시 티셔츠에 로고 도장을 찍기 위해 급하게 디자인하면서 빨간색 바탕에 흰 색 글씨를 새겨넣은 크루거의 작품을 차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3년후에는 17세기 데카르트의 격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크루거의 1987년 작품을 따라한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는 카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크루거는 그러나 ‘그 글자체는 내 소유가 아니다’라며 슈프림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았다. CNN은 반소비주의 예술가인 크루거의 작품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슈프림은 이밖에 1997년에 스케이트 보드를 포함해 자사 제품에 넣은 모노그램을 도용한 혐의로 프랑스 패션하우스로부터 판매 정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뉴욕 슈프림은 현재 10억달러(1조1300억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자산 회사 ‘칼라일 그룹’은 이 회사 주식 50%를 5억달러(5652억원)에 인수했다.

슈프림은 지난해 영국 온라인 쇼핑검색 리스트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에 프라다, 구찌를 누르고 1위로 꼽힐 정도도 인기를 얻고 있다. 쓰레기도 슈프림 로고만 붙이면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16년에는 슈프림 로고가 새겨진 벽돌이 30달러(3만4000원)에 판매돼 매진됐으며, 지난해 8월에는 슈프림 로고 광고가 들어간 뉴욕포스트가 아침 일찍 완판됐고, 슈프림 로고가 들어간 2017년도 뉴욕 지하철카드는 현재 온라인 중고매장에서 500달러(56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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