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정 연장이냐 민정 복귀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8년만의 총선 투표율 75% 전망… 출구조사 탁신계 1위, 집권당 2위
상원 250석 모두 군부서 임명… 총리는 상하원 표대결로 선출
쁘라윳 현 총리 재집권 유력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24일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날 태국에서는 2011년 7월 후 8년 만에 총선이 실시됐다. 방콕=AP 뉴시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24일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날 태국에서는 2011년 7월 후 8년 만에 총선이 실시됐다. 방콕=AP 뉴시스

24일 태국에서 2011년 7월 후 8년 만에 총선이 치러졌다. 하원 500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 인구 6800만 명의 약 75%인 51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했다. 투표율도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방콕포스트 등이 전망했다.

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7시)에 끝났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탁신 친나왓 전 총리(70)를 지지하는 반(反)군부 프아타이당의 1위가 예상된다. 하지만 태국이 상·하원 합산 의석(750석)으로 총리를 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65·사진)가 총리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 쁘라윳과 탁신 모두 절반의 승리

태국 선관위는 이날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30분)경 기자회견을 열어 “개표율 89% 기준으로 팔랑쁘라차랏당이 1위, 프아타이당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언론이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초 많은 언론은 프아타이당의 1위를 점쳤다.

AP통신은 프아타이당이 173석으로 1위,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이 96석으로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점쳤다. 현지 언론 PBS도 두 당이 각각 163석, 96석을 얻는다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현지 언론 네이션TV는 팔랑쁘라차랏당이 135~140석, 프아타이당이 120~135석을 얻을 것이라며 상반된 결과를 예측했다. 최종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 선관위는 “5월 8일 전 공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AP와 PBS의 예측대로라면 쁘라윳 현 총리와 탁신 전 총리 모두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정통성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군부 색채를 지우기 위해 지난해 3월 팔랑쁘라차랏당을 만들었다. 현지 언론은 그의 재집권에 최소 126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쿠데타에 대한 찬반양론을 빼면 기득권 지지층이 겹치는 팔랑쁘라차랏당과 민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총리 교체에 실패했지만 프아타이당과 탁신 전 총리도 건재한 지지층을 확인했다. 북부 치앙마이 출신 화교인 탁신 전 총리는 2001~2006년 집권했다. 사실상의 무상 의료, 농가부채 탕감 등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서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부패 혐의 등으로 실각해 해외 망명 중이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오빠를 대신해 2011~2014년 총리를 지낸 여동생 잉락(52)도 역시 실각해 망명 중이지만 탁신 일가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이 상당하다. 주로 수도 방콕에 비해 낙후된 북부 주민, 농민, 도시 근로자 등이다.

●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이번 선거가 현 정권에 극도로 유리한 국면에서 펼쳐져 공정 선거가 아니라는 비판도 거세다. 군부는 2016년 개헌을 통해 상원 250석을 모두 군부가 정한 인사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하원 합산 750석 중 이미 250석을 점유한 상태여서 하원 500석 중 독자적으로, 혹은 연합해서 126석만 차지하면 과반이 되는 구조다. 반면 야당이 총리를 배출하려면 하원 500석 중 무려 376석을 확보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둬야만 했다.

군부 정권은 또 야당의 거센 총선 요구도 2016년 10월 숨진 푸미폰 전 국왕의 장례 등을 이유로 내내 미뤘다. 지난달에는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의 누나 우본랏 공주(68)가 역시 탁신계 정당 타이락사찻당의 총리 후보가 되려다 하루 만에 접었다. 법원은 입헌군주제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타이락사찻당 해산도 명했다. 쁘라윳 총리에게 불리할 수 있는 왕실 인사의 출마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부는 비판 언론을 검열하고 시민들의 반정부 의견 게재를 규제하는 인터넷 관련 규정도 만들었다. 총선을 약 1주일 앞두고 일부 군인이 야당 의원의 집, 진보 시민단체 모임을 찾아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태국#군정연장#민정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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