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親中… 親美友中… 대만의 앞날 두고 거센 노선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대만 유력 대권후보 3인 3색 행보
차이잉원, 남태평양 수교국 순방… 中반대에도 귀국길 하와이 들러
한궈위, 中선전 방문 논란 불러… “하나의 중국, 양안관계 여의봉”
커원저, 美中 갈등 생존전략 모색…“美와 친하면서 中 적으로 보면 안돼”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각 당 유력 대권 후보들이 ‘대만의 선택지’를 미국으로 할 것이냐 중국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저마다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는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와 엮이며 대만 내부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친중 한궈위 “하나의 중국, 양안관계 여의봉”

친중(親中) 노선의 야당 국민당이 대선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장이 25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중국의 류제이(劉結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만나자마자 대만 내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만사무판공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만 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기구다. 특히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에 대해서도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식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시장에 당선된 한 시장은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서 반중(反中) 노선의 집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시장은 직전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마카오 추이스안(崔世安) 행정장관을 현지에서 만났다.

한 시장은 24일 왕웨이중(王偉中) 선전시 당 서기와 만나 “92합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는 (중국-대만) 양안관계의 여의봉”이라고 말했다.

○ 반중 차이잉원, 중국 반대하는 미국 방문

차이잉원 총통은 한 시장에게 “대만은 주권 독립국가다. 중국에 대만의 국제사회 참여 공간을 짓누르는 걸 중단하라고 알리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28일까지 팔라우 나우루 마셜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 3개국을 순방한다.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일국양제 통일을 강조하는 한편 경제적 지원을 내세워 대만 수교국들에 대만과의 단교를 유도하고 있다. 차이 총통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공세로 수교 관계가 흔들리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특히 차이 총통은 귀국길에 하와이를 방문할 계획이다. 하와이에는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다. 중국이 대만 지도자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반대해 왔음에도 또다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차이 총통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할 것임을 강조하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만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4일 해군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과 연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혀 중국의 반발을 샀다.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지만 대만 지지 의사를 보여주는 성격도 있다.

○ 무소속 커원저 “親美友中이 가장 적합”

대만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臺北)시장은 25일로 9일간의 미 뉴욕 워싱턴 애틀랜타 보스턴 방문을 마무리했다. 대선 참여를 조만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그는 미국 방문 기간 내내 “친미우중(親美友中)이 대만에 가장 적합한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관과 이념을 공유하는 미국과 친하면서도 중국을 적으로 보면 안 된다”며 “미중 충돌 국면에서 대만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할지 생각해야지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지 생각하면 안 된다”고 중도 노선을 강조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대만 대선#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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