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더 많은 신뢰 쌓여야” 지적, 제3국 시장 사업 협력엔 합의
中, 에어버스 300대 구입계약… 佛역점 해안 풍력 사업에도 투자
중국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남미 브라질에도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전방위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400억 달러(약 45조 원)의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23일 이탈리아와 25억 유로(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한 지 불과 이틀 만이며 금액은 약 14배 많다. 시 주석이 방문하기 전엔 “중국에 맞선 유럽의 경제주권을 강조하겠다”던 마크롱 대통령도 매머드급 돈 보따리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 中 “美 보잉 대신 佛 에어버스”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후 “유럽은 다극화된 세계를 원하는 중국의 비전과 어울린다”며 중국이 구상하는 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프랑스도 동참할 것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입. 이날 시 주석을 따라온 중국 항공사들은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의 합작회사인 에어버스 항공기를 무려 350억 달러(약 39조 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 당초 중국 항공사들은 지난해 1월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180억 달러 규모로 비행기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금액이 배 가까이 늘었다.
에어버스 대량 구매의 배후에 노골적인 미국 견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날 중국이 대거 구매한 ‘A320’은 최근 추락 사고로 논란을 빚은 보잉 ‘737맥스’의 경쟁 기종이다. 중국은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이 비행기가 추락해 157명이 숨지자 세계 최초로 보잉 737맥스 운항도 중단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보잉에, 에어버스가 중국의 주문을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에 일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미국은 2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 마크롱 ‘中 안을까, 내칠까’ 고민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요청에 “일대일로는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럽 기업도 중국에 더 잘 진출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개선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는 게 프랑스의 고민이다. 이날 중국은 에어버스 외에도 프랑스전력청(EDF)의 역점 사업인 해안 풍력 프로젝트를 포함해 추가로 50억 달러의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은 2015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발 후 중단했던 프랑스 냉동 닭 수입을 재개했다.
중국과 프랑스는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제3국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자국 항구를 개방한 이탈리아처럼 일대일로에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유럽연합(EU)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가 관련 협력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중국의 첨단제조업 기술력을 세계 선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과 프랑스 미래 공업 계획 간 접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 패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전략이다.
중국은 각각 EU와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및 브라질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독일 연방금융감독당국과 파생상품 규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브라질 언론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중남미로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브라질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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