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vs 러 “美, 아직 200년 전 식민지 시절인 줄 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16시 20분


미국-러시아, 이번엔 베네수엘라 파견된 러시아 병력 두고 ‘핑퐁’
트럼프 대통령, 과의도 의장 부인 만나 “러시아 병력 나가야”
러시아 “미국이 오히려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 시도 중”
베네수엘라 대규모 정전은 사흘 째 이어져

베네수엘라 과이도 의장 부인 만난 트럼프. 【워싱턴=AP/뉴시스】
베네수엘라 과이도 의장 부인 만난 트럼프. 【워싱턴=AP/뉴시스】
베네수엘라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병력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군 병력을 철수시키라는 미국의 요구에 러시아가 “헌법에 엄밀하게 부합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를 만나는 자리에서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러한 의중을 러시아에게 전달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병력을 빼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미국은 200년 전 식민지 시대처럼 아직도 라틴아메리카를 자국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며 일축했다. 26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뒤집는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폭격기의 날개에 달린 민주주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 질문엔 이라크와 리비아, 세르비아가 답할 수 있을 것이다”며 미국의 간섭으로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진 나라들을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들이 그들에게 복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러시아 병력이 파견된 것에 미국 정부가 반발하자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23일 군인 100여명과 물자를 실은 항공기 2대를 베네수엘라에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2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군인들의 베네수엘라 진입이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킬 위험이 있다”며 병력 주둔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편 두 달 째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풍경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또 다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이 사흘 째 이어지며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식수를 찾으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간헐적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기도 해 몇몇 사람들은 시내 곳곳을 누비며 이 짧은 시간에 식수가 들어온 물탱크를 찾아 헤맸다. 카라카스 시내를 둘러싼 고지대의 샘물터에서 물을 받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30일 대규모 정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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