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회 해법찾기 실패… 총리 사퇴의사에 강경파 찬성 선회
북아일랜드민주당은 반대 거듭 밝혀, 하원의장 안건 상정 거부도 변수
“노(No) 노 노….”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자 1면 톱기사 제목에 ‘의회의 마지막 답’이라고 소개하며 ‘노’를 8번 적었다. 영국 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이 2번이나 부결되자 의회를 통과시킬 만한 합의안 8가지를 추려 27일 저녁 본회의에 상정했다. 8가지 합의안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 등이다. 그러나 8가지 합의안 모두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브렉시트 발동 시한인 다음 달 12일 노딜 브렉시트를 선언하는 방안은 반대 400표로 부결됐다. 찬성은 160표에 불과했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여전히 소수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어떤 브렉시트 안도 다시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은 찬성 268표, 반대 295표로 부결됐다. 노동당 의원 2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관세동맹 영구 잔류 방안과 EU에서 탈퇴하되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참여하는 방안 등도 모두 부결됐다.
의회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의회 역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회에 부담만 가중된다는 반박이 나왔다. 마지막 방법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 됐다. 스티븐 바클리 브렉시트부 장관은 “오늘 밤 결과는 정부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압박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이 통과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그는 하원 의향투표 전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 참석해 “우리는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브렉시트 합의안을 전달해야 한다”며 “나라와 당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이 자리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이처럼 사퇴 의사를 밝히자 그동안 반대표만 던졌던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 등 강경파 25명이 마음을 바꿨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초래한 브렉시트 혼란이 국익이 아니라 보수당 내부 문제 때문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보수당 강경파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사퇴 배수진으로 합의안 통과가 확실해진 것도 아니다. 12일 표결에 부쳐진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149표 차로 부결됐다. 현 상태에서 합의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75명의 의원이 마음을 바꿔야 한다. 키를 쥐고 있는 북아일랜드민주당(DUP)은 ‘백스톱’에 대한 진전 없이는 총리가 물러나도 찬성하기 힘들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백스톱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소속 아일랜드의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뜻한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다시 표결에 부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큰 변수다. 총리실은 “브렉시트 발동 시한이 29일에서 다음 달 12일로 바뀌었기 때문에 변경 사유는 충분하다”고 맞섰지만 버커우 의장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3차 합의안마저 의회에서 부결되면 ‘노딜 브렉시트’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3차 합의안이 통과되면 차기 총리를 뽑는 보수당 전당대회가 7월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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