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EU 탈퇴협정 부결…“노 딜 브렉시트 카운트다운”

“5월까지 브렉시트 시점 늦출 마지막 기회” 정부 호소에도 하원 ‘냉담’ 반응
EU와 아무 합의도 못한 채 다음달 떠나야 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 커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 시간) 영국 하원에서 열린 ‘EU 탈퇴협정에 대한 정부 결의안’ 표결에 앞서 “EU 탈퇴 시점을 연기할 마지막 기회”라며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 정부 결의안은 58표차로 부결됐다. 런던=AP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조건을 담은 EU 탈퇴협정에 대한 정부 결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부결됐다. 29일(현지 시간) 영국 하원은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내용의 정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 부결시켰다. 이로써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과 EU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대한 조건을 기술한 내용을 담았다.

이 탈퇴협정과 자유무역지대 구축 방안 등을 기술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1월 하원 승인투표에서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 결과로는 사상 최대 표 차인 230표 차로 부결됐다. 3월 2차 투표에서도 149표 차로 부결됐다.

난감해진 영국 정부가 EU에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요청한 뒤 지난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는 “EU 탈퇴협정이 한 주 내로 영국 하원에서 가결되면 브렉시트 시점을 5월 22일로 연기하고, 부결되면 4월 12일까지 노 딜 브렉시트를 시행하거나 5월 유럽의회에서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논의한다”고 결정했다.

이날 하원 표결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뺀 EU 탈퇴협정에 관한 결의안만을 대상으로 했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이번이 EU 탈퇴 시점을 5월까지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승인을 촉구했지만 의회는 이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원은 4월 1일 추가 투표를 실시해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