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에 신물난다”… 코미디언-40대 여성 등 정치신인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3시 00분


反부패 공약 내건 배우 젤렌스키, 우크라 대선 1위로 결선투표 올라
터키 수도 앙카라 시장 野 당선, 경제난에 민심 이반… 에르도안 타격
슬로바키아선 첫 여성대통령 탄생… 정치경험 없는 원외정당 소속


기성 정치와의 단절 및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를 주창하는 세계 각국 신진 정치인들의 돌풍이 거세다. 주류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가 심각한 동유럽에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며 터키 태국 인도 등 최근 선거를 치르거나 앞둔 나라들로 돌풍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정당 및 공직 경험이 전무한 희극배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사진)가 무려 39명의 후보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15년 평범한 교사가 정직한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국민의 종’의 주인공으로 열연해 스타덤에 올랐다. 현실에서도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난해 12월 출마를 선언해 석 달 만에 파란을 일으켰다. 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약 80.4% 진행된 가운데 젤렌스키가 30.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16.0%)보다 훨씬 높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21일 결선투표에서 둘의 대결이 확실시된다.

결선투표는 합종연횡이 가능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포로셴코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로 고전하고 있어 젤렌스키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포로셴코의 사업 파트너이자 국방위원회 부의장인 올레그 글라드코우스키의 아들이 러시아에서 밀수한 부품을 국내 방산업체에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는 점이 드러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포로셴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권좌에 올랐고 러시아의 야욕에 맞서겠다며 국방 예산을 대폭 올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3년부터 16년째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터키에서도 같은 날에 이변이 발생했다. 이날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만수르 야와슈(64)가 수도 앙카라 시장이 됐다. 신문팔이를 하며 고학으로 어렵게 학업을 마쳤고 변호사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앙카라 시장을 놓친 것은 25년 만이며 3대 도시 이즈미르 시장 역시 CHP 후보가 승리했다. 터키는 연 20%에 이르는 고물가와 리라화 하락이 이어져 민심 이반이 뚜렷하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제재가 강화되자 정부가 내놓은 감세, 저금리 대출 등이 리라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부실채권 및 실업자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슬로바키아에서도 공직 경험이 전무한 환경운동가 출신의 주자나 차푸토바 후보(46)가 새 대통령이 됐다. 소속 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는 의회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 의원내각제라 실권은 총리에게 있지만 역대 최연소 겸 최초의 여성 대통령임을 감안할 때 당선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지난해 2월 슬로바키아 정계와 이탈리아 마피아의 유착 관계를 취재하던 탐사보도 전문기자 얀 쿠치아크가 피살된 후 주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염증이 고조되고 있다.

11일부터 총선이 시작되는 인도에서도 올해 1월 정계에 입문한 프리양카 간디(47)의 인기가 높다. 총리만 3명을 배출한 최대 명문가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지만 일찍 정계에 입문한 오빠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와 달리 정치와 거리를 뒀다.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내다 할머니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카리스마와 화술을 빼닮은 그가 필요하다는 INC 측의 요구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4일 태국 총선에서도 태국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군부계 정당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정당도 아닌 개혁 성향의 퓨처포워드당이 선전해 주목받았다.

전채은 chan2@donga.com·이윤태 기자
#신진 정치인#우크라이나 젤렌스키#터키 야와슈#슬로바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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