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해임된 키어스천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최근 대통령집무실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닐슨 장관 해임에 앞서 최근 백악관을 감싸왔던 분위기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닐슨 장관 면전에서 격노를 감추지 않고 고함을 내질렀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는 닐슨 장관 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백악관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및 머세이디스 슐랩 선임고문, 댄 스커비노 소셜미디어국장, 팻 시펄론 법률고문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닐슨 장관에게 “국경 보안은 나의 의제”라고 소리쳤다.
당시 회의에선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지역인 텍사스주 엘패소 통관항 폐쇄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닐슨 장관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엘패소 통관항 폐쇄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하기까지 한 생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미-멕시코 국경지대 통관항 및 검문소 폐쇄는 인근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엘패소를 포함한 텍사스는 국경 폐쇄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예상지로 꼽힌다. 닐슨 장관은 이와 관련,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닐슨 장관은 아울러 모든 통관항을 폐쇄하더라도 미국행 불법 이주민들은 통관항 사이로 입국을 시도하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합법적 통관항을 통한 입국 절차를 지연시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 장관의 만류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닐슨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에게 회의 이튿날인 22일부터 엘패소 통관항을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닐슨 장관 해임 발표를 전후한 상황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닐슨 장관은 해임 발표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7일 백악관 회동에서 국토안보부 고충을 공유했다. 닐슨 장관은 론 비티엘로 신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후보 지명철회를 사전 인지하지 못한 점을 비롯해 각종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느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부처 운영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남동부 국경을 통한 불법이주민들의 미국 유입 증가 책임이 닐슨 장관에게 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닐슨 장관은 결국 이날 회동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회동의 앙금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닐슨 장관의 사임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게 보도 요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종료 불과 몇 분 후 트위터에 닐슨 장관 사임 소식을 알렸고, 닐슨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임서에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찬사는 쏙 빠졌다.
한편 이번 닐슨 장관 해임을 계기로 과거 트럼프 행정부를 거쳤던 각료들의 사임 전후 상황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사임 전후 상황 역시 좋지는 않았다.
켈리 실장은 백악관 고위직원 만찬에서 자신의 사임을 직접 알릴 계획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사임 일정 조율을 마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을 기자들에게 언급해 일방적으로 뉴스화했다. 켈리 실장은 이후 인터뷰를 통해 이민, 시리아 철군 등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주요 정책들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퇴임 후 그를 “바위 같은 멍청이(dumb as a rock)”, “지독하게 게으르다(lazy as hell)”고 묘사하기도 했다.
NYT는 이와 관련, “닐슨 장관은 트럼프 인정사정없는 최후를 맞은 가장 최근의 트럼프 행정부 관료”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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