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폭적인 지원 힘입어 총선서 29.2% 득표 35석 확보
지난 4번의 선거보다 높은 득표율… 보수 우파 정당들과 연정 나설듯
중도연합 청백당 35석 확보 선전
중동의 ‘스트롱맨’으로 통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가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보수 강경 노선을 고수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동 정세에 갈등 기류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리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 집권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이날 총선에서 득표율 29.2%를 얻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석 중 35석을 확보했다. 이는 1996∼1999년,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총리직을 맡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앞서 치른 4번의 선거 득표율을 모두 뛰어넘는 기록이다. 한때 출구조사에서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60)이 이끄는 중도정당연합 청백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리쿠드당의 승리로 끝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각종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자 “연립 정부를 해산하고 총선을 앞당겨 재신임을 묻겠다”면서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리쿠드당 당사에서 “다시 한 번 나를 믿어준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4년 동안 더 강한 이스라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지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인 “비비”를 외치며 환호했다. 일부 지지자는 네타냐후 총리의 후원군 역할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선은 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하고,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총선 직후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의 협의를 거쳐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 연정 구성권을 준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도 과반(61석)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스라엘 법에 따라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켜야 한다.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샤스당(8석), 유대교 토라 연합(8석) 등 보수우파 정당이 구성하는 연정이 안정 과반수인 65석을 확보해 네타냐후 총리가 큰 무리 없이 재집권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고, 지난달에는 유럽연합(EU)과 중동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을 도왔다. 총선을 하루 앞둔 8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나의 요구를 또 들어준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동예루살렘과 골란고원에 이어 서안지구 내 정착촌도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보수적인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총선이 끝난 뒤 이-팔 갈등 해결을 위한 중동평화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중도 정당들의 연합체인 청백당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선전했다. 청백당 역시 리쿠드당과 같은 35석을 확보했지만 하다시당(6석), 노동당(6석) 등 연정을 맺을 다른 진보 및 아랍진영이 확보한 의석수가 적어 총리직 탈환에 실패했다. 간츠 청백당 대표는 선거 직후 “승자와 패자가 명확한 선거였고, 승자는 분명 우리다. 이스라엘이 변화를 바라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