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주(州) 올랜도에 사는 패리스 슈미트크(37)는 다음 주 영국 런던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5년 만에 맞이한 휴가를 영국으로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인이 낳은 ‘왕실의 아기’를 보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이달 20일을 안팎으로 해리(34) 왕자와 매건 마클(37) 왕자비의 출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인들 사이에서 영국 관광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슈미트크는 “어떤 이들은 팝스타 비욘세를 보기 위해 수천 달러를 쓰기도 한다. 나는 마클 왕자비와 아기를 보기 위해 1000달러(약 113만원)를 조금 넘게 쓰기로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미국의 런던 공식관광 센터 담당자인 로라 시트론은 “이러한 케이스가 적지 않다”며 “런던 관광계도 왕실의 아기 탄생, 왕실의 결혼식 등 왕실 행사와 관련해 훌륭한 관광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방문객들과 런던 시민들은 이 행사로 굉장히 특별한 하루를 보낸 듯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진 런던 더 샤드(The Shard) 빌딩에 위치한 샹그릴라 호텔은 마클 왕자비의 임신과 함께 산모를 타깃으로 한 왕실 다과 세트를 마련했다. 켄싱턴 호텔은 육아 교실을, 듀크 런던 호텔은 호텔을 방문한 아기의 모든 요구를 담당하는 ‘아기 집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왕실 프로모션에 힘을 쓰고 있다.
NYT는 “새로운 왕족의 탄생이나 결혼식 등 행사가 런던의 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왕실의 행사가 영국 관광의 주요 원동력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트론은 “지난해 해리 왕자의 결혼식 이후 3달 동안 윈저궁전(Windsor Castle·영국의 왕실로 유명한 관광지)의 방문 예약 건수가 92%까지 증가했다”며 “분명히 왕실은 관광객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마클 왕자비의 출산은 여느 때보다 더욱 특별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여배우 출신인 마클 왕자비는 이혼 경력과 흑백 혼혈이라는 영국 왕가에서 찾기 힘들었던 특징을 가진 인물이다.
영국 국립 관광청의 퍼트리샤 예이츠는 “이번 탄생은 미국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왕실 아기의 탄생과 상당히 다르다”며 “이는 영국과 미국의 계속되는 애정행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이츠는 마클 왕자비가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클 왕자비는 미국식 현대적인 삶을 대표한다. 그는 왕가와의 장벽을 낮춘 셈이다”며 “마클 왕자비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클 왕자비는 왕실의 관례를 깨고 새롭게 태어날 아기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버킹엄궁은 11일 성명을 내고 “서식스 공작 부부인 해리·마클은 아기가 태어날 때쯤 그들만의 계획을 짜기로 결정했다”며 “개인적으로 새 가족이 된 아기의 출생을 축하한 다음 모두에게 이 흥미로운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왕실 가족은 지난 40여년 동안 아기가 태어난 날 산모와 아기가 함께 언론에 모습을 공개했다.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출산 후 몇시간 만에 완벽한 모습으로 갓난아이를 안고 등장했었다.
마클의 아기를 보기 위해 런던행을 결정한 슈미트크는 “마클 왕자비가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으면 한다”며 “나는 단지 그 군중 속에 섞여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