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시아파 국가의 맹주 이란이 자국의 남서부 국경도시에서 시작해 이라크 항구 바스라, 시리아 항구 라타키아까지 철도로 연결하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강력한 대(對)이란 경제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자 ‘우회로’를 뚫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레바논 알 마나르TV 등은 “이라크 국영 철도 회사가 이란, 시리아 등 3개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철도가 완성되면 이란은 지중해까지 직접 육로로 닿는 안정적인 무역로를 확보하게 된다.
이란의 시아파 벨트 프로젝트는 숙적인 이스라엘이 구상 중인 ‘중동 평화를 위한 철로’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이스라엘이 걸프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등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6개국)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제안한 것이다. 지중해에 닿아 있는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에서 요르단 수도 암만,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지나 오만 무스카트까지 하나로 잇는 길이 2500km짜리 초대형 철로를 짓는 것이 목적이다.
중동 평화를 위한 철로가 완성되면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수시로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예멘 반군이 활개 치고 있는 홍해 남쪽 끝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새로 얻게 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건국일을 ‘대재앙’이라고 부르던 걸프 국가들과 지중해를 잇는 ‘육교’ 역할을 하며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맞서는 이란은 최근 중동 지역 내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시아파 인구가 다수인 이웃 이라크, 시리아와의 협력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란 중심의 동맹 체제 ‘초승달 동맹’을 완성시켜 대응한다는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13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이라크를 방문해 투자 및 사업 비자 수수료를 면제하고 의료 석유 광공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총 5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란 국경도시 샬람체와 이라크 최대 항구 바스라를 잇는 길이 35km 철도를 만들어 국경 무역량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이 중 하나다. 이란은 이를 바탕으로 연 120억 달러(약 13조6400억 원)에 이르는 이라크와의 교역 규모를 올해 200억 달러(약 22조7400억 원)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동 매체 알 모니터는 이날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시아파 벨트 프로젝트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시리아 재건을 돕고, 이란 이라크 시리아 내 종교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시리아 내 일부 정치권에서는 자국 내 이란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이라크는 1980년대 전쟁을 치르면서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서 관계가 개선됐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8년째인 내전에서 이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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