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와 통신사 간 ‘요금 전쟁’에서 정부가 판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가 통신비를 최대 40% 인하하는 새 요금제를 15일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정보기술(IT) 대기업 라쿠텐까지 통신 시장에 참여하면 통신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NTT도코모는 이날 도쿄(東京)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 용량이 적은 경우 기존보다 최대 40%, 데이터 용량이 많은 경우 최대 30% 저렴한 새 요금 체계를 6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음성통화료, 데이터 이용료, 인터넷 접속료가 각각 나오는데, 이를 합쳐 요금제를 단순화했다.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이 서로 다른 3명 가족이 동일한 사용 패턴을 유지할 때 30~40% 가격이 싸진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단, 2년 계약 조건이다.
NTT도코모가 통신비 인하에 나선 것은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해 8월 “통신사 간 경쟁이 거의 없다. 40% 정도 요금 인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가정당 연간통신비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 처음으로 10만 엔(약 102만 원)을 넘었다. 총무성은 또 지난해 도쿄를 비롯해 서울,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뒤셀도르프 등 6개 도시의 시장점유율 1위 통신사를 선정해 동일 조건 아래에서 통신비를 비교했다. 도쿄 통신비가 뉴욕의 1.3배, 런던의 3.1배, 파리의 4.2배였다.
통신 전문가들은 단말기와 통신비를 세트로 묶어놓은 게 통신비를 높이는 원인으로 봤다. 통신사들이 통신료를 비싸게 하는 대신 단말기를 할인해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통신비를 타사와 비교하기 힘들었다. 통신사 간 가격 인하 경쟁도 활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통신비와 단말기 요금을 완전히 분리하게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올해 3월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움직이자 통신사들이 하나 둘 백기를 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9월 단말기 요금과 통신비를 분리해 요금을 책정했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10월 한차례 통신비 인하를 한 후 이번에 또다시 가격을 낮췄다. 올해 10월이면 라쿠텐이 저가 요금제를 들고 새롭게 시장에 참여한다. 그 경우 요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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