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위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대통령 특사’로 격상하자고 전 국무부 아시아담당 고문이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전 국무부 아시아담당 고문은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16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12일 연설을 “기존의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미국의 대용단(bold decision from the U.S)에 미래의 대화가 달렸다”는 문장으로 정리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하노이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며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매닝은 대용단이란 대화 테이블을 만들고, 분위기를 전환하고, 양측 모두에게 의미 있는 협상안을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우선 비건 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격상시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평양은 후속 고위급 실무회담에 대한 미국의 간청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만 상대하길 원했다.
비건 대표의 지위를 높이면 새로운 차원의 무게감이 실리고,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한다는 점이 분명해질 수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협상을 위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미국은 국제연합(UN)으로 돌아가 대북 제재를 보류하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북한이 핵 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지 단계별로 입증될 때를 전제로 한다. 평양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국제사회를 속이면 스냅백 조항을 적용해 최대한의 압력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냅백은 위반 행위가 있을 시 복원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조치를 뜻한다.
매닝은 또 미국은 미국-중국-러시아의 3각 구도로 북한에 대한 조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 물질·핵 시설의 해체와 제거 과정을 감시하긴 하지만 보조적인 역할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 핵 과학자들이 이란, 시리아 같은 곳으로 가지 않도록 미국-중국-남한-북한이 협력 체제를 구축해 이들을 재훈련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가 문화 교류를 해나가라는 조언도 나왔다. 매닝은 친선경기를 벌일 수 있도록 미국이 북한의 스포츠팀을 초청하고, 김 위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모란봉 악단을 미국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17일~1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북한의 최종적이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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