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박차를 가하려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임명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현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용단’(bold steps)으로 Δ비건 대표의 대통령 특사 임명 Δ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마련 Δ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대일 협상만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우선 비건 대표를 대통령 대북 특사로 격상시켜 그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사로 승진시키면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하는 ‘포인트 퍼슨’(point person·핵심 인물)이라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어 그의 역할이 무게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포인트 퍼슨으로 지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매닝 연구원은 덧붙였다.
매닝 연구원은 또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 이행 단계에 발맞춰 대북 제재를 일부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결의안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국제 사회를 기만한 사실이 들통날 경우 제재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외교관들과 토론한 결과 이 같은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하지 않을 만하다고 했다.
매닝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대북 외교에서 중국·러시아와 협력해 미·중·러 3자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이들을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정에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 말 미국과 함께 핵 물질을 해체하고 폐기했던 경험이 있다.
동시에 미국은 러시아·남한·북한과 협력해 북한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재교육할 수 있는 기관을 개설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매닝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들이 ‘미국의 적’으로 꼽히는 이란이나 시리아 등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매닝 연구원은 “이 같은 조치가 일단 취해지면 성공적인 실무 협의를 위한 출발점은 영변 핵시설을 모두 파괴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이 될 것”이라면서 “200개 이상의 건물로 구성된 이 복합 단지에는 완전한 핵 연료 사이클과 미공개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 이걸 영변 플러스(+)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비건 대표는 17~18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진전을 위한 노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 이행을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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