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화재 발생 당일 예정된 방송 연설 취소
전문가들 "재난으로 佛국민 통합된 감정 느껴"
15일(현지시간) 오후 8시. 이날 오전 녹화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이 예정된 시간이었다. 그는 지난 겨울부터 이어져 온 프랑스 반(反)정부 시민운동 ‘노란 조끼’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국가대토론’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밝힐 계획이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자신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 한 시간 전인 7시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길이 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 저녁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담화 방송을 취소했다. 3시간 후인 11시께 그는 노트르담 성당의 계단에서 “노트르담은 프랑스의 역사며 문학, 우리 삶의 서사가 녹은, 모든 프랑스인의 성당”이라며 빠른 재건을 약속했다.
가디언은 정치분석가들을 인용해 “극적인 불길과 이것이 일으킨 국민 감정이 개혁적이고 친기업적인 마크롱 대통령의 정권이 이익이 될 수도,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프랑수아 히스부르 소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계획된 연설을 연기함으로써 올바른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또 이 재앙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히스부르 소장은 “그러나 대성당의 붕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트라우마가 누적된 국민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며 “현재 프랑스는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회과학대학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의 한 연구원은 “화재 후 대통령의 대처는 그가 노란 조끼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나아가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말한 ‘재건’이 대성당의 재건에서 나아가 프랑스의 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그는 이번 사건 이후 평화와 단결을 위한 요구와 나라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국가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의 심오하고 장기적인 ‘프랑스 개혁안’을 시행하는 과정에 이 재난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외교·안보 분야 최고 싱크탱크인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의 브뤼노 테르트레 소장은 다소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화재 이후 국민의 감정이 단결되는 순간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국민통합의 순간들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현 상태가 특별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테르트레는 “마크롱 대통령이 5년 안에 노트르담 재건을 마칠 수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예정된 담화에서 자신의 모교인 국립행정학교(ENA) 폐교를 포함해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발생하자 대국민 연설을 취소하고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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