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쓰레기를 새로운 소재로 변환시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21시 23분


[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같은 날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UBQ의 창립자인 잭 비지오가 쓰레기더미 속에 앉아있다. 이 쓰레기는 UBQ의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UBQ 제공
이스라엘 스타트업 UBQ의 창립자인 잭 비지오가 쓰레기더미 속에 앉아있다. 이 쓰레기는 UBQ의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UBQ 제공

쓰레기는 어두운 그림자다. 도시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수거된 쓰레기는 산처럼 쌓이거나 태워진다. 혹은 불법적으로 버려져 땅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부유한 나라는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수출하고 가난한 나라는 이 쓰레기를 태워 공기를 오염시킨다. 재활용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작은 선물이다. 세계은행은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고체 쓰레기가 2016년 연간 20억1000만 톤에서 2050년 34억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석기 시대로 되돌아가는 방법 외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광범위한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UBQ가 쓰레기를 이용해 유용한 소재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새로운 합성소재는 플라스틱처럼 생겼고, 플라스틱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과 달리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하다.

모든 쓰레기로 만들 수 있는가? 잭 비지오 UBQ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음식물 쓰레기로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 교수가 참여하는 자문팀의 일원이기도 하다. 직원 33명을 고용 중인 이 업체는 쓰레기로 벽돌과 도로 포장재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2012년 설립된 UBQ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공유 사무실 ‘위워크(We Work)’에 있으며 네게브 사막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플라스틱인가? 그 자체로 축복이자 어두운 그림자였던 플라스틱은 1900년대 초 발명됐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으로 찬양받았지만, 이 때문에 비탄의 대상이 됐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 100개 중 1개를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던다. 그러나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특유의 성질을 빠르게 잃는다. UBQ가 만드는 합성소재는 음식물과 나무에서 추출되는 섬유소를 포함하고 있어 무한정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UBQ는 특허 받은 변환 과정을 걸쳐 분리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를 플라스틱 생산용 열가소성 수지(가열하면 가공하기 연해져 쉽게 변형되지만 식으면 다시 굳어지는 합성수지) 알갱이로 만든다. 기존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별다른 설비 교체 없이 이 알갱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고 비지오는 밝혔다.

제조업체들은 새 소재를 압출 성형해 판이나 파이프 등을 만들 수 있고, 주입 성형을 통해 화물 운반대, 상자, 화분 등을 만들 수 있다.

UBQ는 쓰레기를 이용해 플라스틱 생산용 알갱이를 만든다. 사진 UBQ 제공
UBQ는 쓰레기를 이용해 플라스틱 생산용 알갱이를 만든다. 사진 UBQ 제공
곱게 갈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열가소성 수지 알갱이 재료로, 더 굵은 플라스틱 쓰레기 알갱이는 도로 포장재와 벽돌 재료로 쓰인다. 두 공정에서 쓰이는 유일한 재료는 쓰레기일 뿐이다. 공정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일한 부산물은 쓰레기를 말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플라스틱 전구물질뿐이다. 이 회사의 공정에서 탄소가 크게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지오 씨는 설명했다.

UBQ 공장으로 쓰레기를 운송하는 과정과 공장을 가동하는 동력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긴 한다. 그러나 폴리프로필렌(PP) 1t을 생산하는 데 2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PP를 만들기 위한 원료는 화석연료다), 옥수수를 이용해 폴리유산(PLA) 1t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3.5t이 생성되는 걸 감안하면 UBQ는 자사가 개발한 새 합성소재가 1t 생산될 때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15t 감소된다고 주장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비지오는 “쓰레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체 폐기물 1t은 연간 7~9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플라스틱 응용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벽돌, 석재, 도로 포장재 등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벽돌의 내구성을 묻는 질문에 비지오 씨는 확실히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자가 본 제품은 실제 벽돌처럼 생겼고, 손으로 들어봤을 때 벽돌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내구성에 대한 답은 곧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UBQ는 연구개발, 인력, 공장 등에 대한 투자 때문에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비지오는 “이건 정말 우리에게 달렸다.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UBQ의 공정은 심지어 폐기 전자제품도 처리할 수 있다. 전자제품은 다른 쓰레기와 함께 으깨지고 잘게 부서진다. 이후 공정은 자석과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쓰레기 내 금속 물질을 제거한다.

“UBQ가 개발한 소재의 재활용 가능성은 기존 플라스틱의 경우보다 높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순환 경제’를 이뤄낼 수 있다”고 비지오는 말했다.

또한 이 회사는 인간의 배설물을 이용해 열가소성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물질은 플라스틱처럼 생겼고, 플라스틱의 성질을 갖고 있고, 플라스틱의 인장 강도를 갖고 있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공정과정에서 폐기물이 배출되지 않는다. 오직 수증기만 발생할 뿐이다.

새 합성소재의 가격은 기존 플라스틱과 경쟁할 만하다고 비지오는 말했다. 어쨌든, 쓰레기를 모으고 버리는 것 역시 비싸다. 그는 향후 쓰레기로 벽돌과 도로 포장재를 만드는 시설이 완성되면 이를 통째로 매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움이 필요한 국가들의 경우 세계은행이나 유엔 같은 기관들이 자금 지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다. 모든 사람은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플라스틱을 원하며 건축자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점은 있다. 만약 UBQ의 제품이 쓰레기 매립지나 바다에 버려지면, 여타 플라스틱과 같은 식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스라엘 기업 티파(Tipa)가 만든 대안형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처럼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를 모두 재활용한다면, 제품은 계속 재활용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터퍼웨어(식품 저장용 플라스틱 용기)와 고무 오리를 좋아할 것이다.


루스 슈스터(Ruth Schuster)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기자
번역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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