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보도…갈루치 등 “군사행보는 대미 압박용”
“외교적 결례이며 모욕…북미 간극 더 벌어질 수도”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상대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교체를 요구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이며 향후 협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란 비판이 전직 관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하는 등 군사 행보를 보인 것을 대미 압박용으로 봤다.
갈루치 전 특사는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재개가 일종의 금지선(red line)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북한이 이 선을 넘지 않고 전술무기 실험에 나선 것은 연말까지 인내심을 갖겠다고 말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와 일맥상통하지만 이후 미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안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방향을 선택하겠다는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역시 “김 위원장은 미사일 실험 등 심각한 도발에 나서는 대신 재래식 무기를 실험한 것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미국의 관심을 불러오기 위한 방식이며 작은 도발”이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기의 종류가 아니라 북한의 행태 자체란 지적도 나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은 6자회담을 하면서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난 25년 동안 북한은 도발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것.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은 지금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중요한 건 어떤 무기인지가 아니라 실험에 나섰다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와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모두 북미 실무협상을 지휘했던 폼페이오 장관을 교체하란 북한의 요구는 커다란 결례라고 지적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 대통령과 최초로 대화를 나누게 된 북한이 국무장관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발언한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도 “(협상) 상대국은 미국에 수석 협상가로 누구를 지목하라고 말할 수 없으며 당사자가 국무장관일 경우엔 미국에 대한 상당한 모욕”이라면서 북한은 관련 발언을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데 한번 내뱉은 말을 그렇게 하기 어려운 만큼 조만간 북미 양국이 외교 활동을 재개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또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략적 결정을 보길 원한다’고 한 요구에 협상이 불가능하도록 장벽을 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전략적 결정’이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밖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 등을 의미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북미 간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전략적 결정’으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방법의 폐기, 핵 신고서 제출, 해당 시설의 되돌릴 수 없는 폐기 약속을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미국과 마주 앉아 (비핵화) 약속을 어떤 절차로 밟아 나갈지, 로드맵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북한의 이런 요구와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협상을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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