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때 아닌 폭우와 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이 우기인 이란에서는 지난달 때아닌 호우로 1000만 명이 수해를 입었고, UAE 북부에서는 이달 초 일주일 사이 연 평균 강수량의 60%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이집트 4월 평균 기온도 전년(24도) 대비 3도 떨어진 21도를 기록 중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은 그야말로 ‘절망’에 빠진 상태다. 지난달 19일 북부 지역에서 시작한 호우가 중부를 거쳐 남부까지 차례로 강타하면서 이란 31개 주(州) 중 25개 주가 수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약 4400개 마을이 침수되고, 집과 교각이 붕괴되는 등 피해를 입은 상태.
18일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이 발표한 이란 홍수 피해상황 보고서 따르면 지금까지 이란 전체 국민(약 8000만 명) 중 8분의1인 총 100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는 78명, 부상자는 1136명이다. 도로와 교통 등이 마비된 일부 마을과 소도시는 접근 자체가 제한돼 식량, 물 등 보급품 지원 작업마저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이란 정부는 남서부 후제스탄 주에 약 30만 명의 이재민을 수용할 임시 대피소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구호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 기상청에 따르면 이란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22일, 25일 30~50㎜의 비가 또다시 내릴 예정이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이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를 겪자 평소 이들을 적대시했던 사우디와 UAE 등도 돕겠다고 나섰다. 17일 사우디 국영신문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 UAE는 이날 식량과 텐트, 피난자재 등 구호물품 약 95t을 실은 구호기를 이란에 보냈다. 이들은 “자연재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은 국가를 돕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2016년부터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상태고, UAE 역시 이란과 정치·외교적으로 껄끄러운 사이다.
이란보다 사정이 낫기는 하지만 주변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긴 마찬가지다.
17일 UAE 일간지 더내셔널 등에 따르면 UAE 북부에 위치한 7개 토후국 중 한 곳인 라스알카이마 역시 홍수 피해로 마을과 묘지가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9일~14일 이 지역에는 약 70㎜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연 강수량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양이다. UAE 국립기상센터 기상전문가 아흐메드 하비브는 중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4월이면 기온이 올라가 더위가 시작돼야 하는데 이 같은 호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UAE 전 지역에 걸쳐 기상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사우디 역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우박과 강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수도 리야드 일부 지역에서는 갑작스레 내린 비로 고립된 주민들과 가축들의 구조작업이 벌어졌다.
기후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4월이면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씨를 유지했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 같이 이례적인 기후 상황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사하르 타즈바크쉬 이란 기상청장은 14일 의회에 출석해 “이번 홍수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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