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가난에 분노한 국민들, 37년 집권 무가베정권 무너뜨려
새로 등장한 정권도 경제개혁 실패
수레에 돈 싣고가서 물건 사던 2009년 비참한 상황 되풀이 우려
지난달 22일 남아프리카 짐바브웨 치마니마니에서 주민들이 구호물자 배분을 기다리고 있다. 짐바브웨는 최근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짐바브웨=신화 뉴시스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짐바브웨가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로 휘청대고 있다.
21일 AFP통신 등은 “짐바브웨에서 빵과 버터 등의 가격이 두 배로 뛰는 등 식료품과 기본 생필품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빵 한 덩어리 가격은 1.8짐바브웨달러(RTGS, 약 640원)에서 3.5짐바브웨달러(약 1244원)로, 버터 한 통 가격은 8.5짐바브웨달러에서 17짐바브웨달러까지 치솟았다. 짐바브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66.8%를 기록했다. 이는 1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쯤 되자 물가상승률이 5000억 %에 달해 계란 1개를 사려면 짐바브웨달러를 수레에 싣고 가야 했을 정도로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을 겪었던 2009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거주하는 톤데라이 치바리는 “우리는 2009년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국민의 분노는 2017년 무려 37년 동안 짐바브웨를 집권했던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을 무너뜨린 군부 쿠데타의 도화선이었다. 그러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전자거래에 세금을 부여해 사회 인프라에 투자하고, 공공비용을 줄이기 위한 공무원 감축 계획을 내놓는 등 다양한 경제개혁 조치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2월 ‘RTGS 달러’라는 새로운 화폐 정책을 도입했으나 발표 직후부터 달러 대비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짐바브웨의 실업률은 90%에 달하고, 2013년 4억4200만 달러(약 4998억 원)였던 정부 부채는 지난해 105억 달러(약 11조8734억 원)까지 늘었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불리지만 올해는 옥수수, 밀 등 주요 농작물 수확도 기대하기 어렵다. 3월 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해 논과 밭이 피해를 입었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 살아남은 농작물들이 사이클론 때문에 파괴됐다. 옥수수 10kg이 10달러까지 치솟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치품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음낭가과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750만 명의 사람이 긴급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짐바브웨 경제학자 존 로버트슨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이 무너지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다시 국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무가베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짐바브웨를 만들겠다며 집권을 시작한 음낭가과 대통령의 집권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1월 기름값 인상 조치에 반발한 국민들이 반정부시위를 벌였을 때 군과 경찰은 총격을 서슴지 않는 강경 진압을 벌여 20여 명이 사망했다. 제1야당인 민주변혁운동(MDC)의 넬슨 차미사 대표는 짐바브웨 독립기념일인 18일 트위터를 통해 “국민 대부분이 가난과 좌절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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